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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재정으로 전환을 천명한 윤석열 정부는 임기 동안 재정수지와 국가채무 비중을 엄격하게 관리해 코로나19 위기 이전 수준으로 재정을 정상화할 계획이다. 다만 최근 복합 경제위기로 재정의 역할이 필요한 상황에서 재정 건전성을 강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5년 후 국가채무 50%대, 관리수지 -3% 이하로
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2017년 660조2000억원에서 올해 1075조7000억원으로 416조원이 증가할 전망이다.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부채비율은 2020년 48.9%에서 52.0%로 3.1%포인트 상승한 반면 기축통화국은 평균 95.2%에서 90.2%로 5%포인트 하락했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은 “최근 국제 신평사나 국제기구쪽에서 (재정건전성에) 우려의 목소리를 표명하고 있다”며 국가신용평가 등급 하락을 경계하기도 했다.
정부는 7일 2022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건전재정 기조 확립과 재정 혁신 등을 골자로 한 재정 운용방향을 마련했다.
우선 새로운 재정준칙을 마련해 국내총생산(GDP)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개선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2.8%) 수준으로 되돌리기로 했다.
기존 재정준칙의 기준은 시행령에 마련하려 했지만 이번에는 법률로 규정해 구속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준칙 적용은 당초 2025년에서 국가재정법 개정 직후로 앞당긴다. 정부는 재정준칙을 담은 국가재정법이 개정되지 않더라도 내년도 예산안부터 준칙의 방향성에 입각해 편성키로 했다.
국가채무 비율 증가폭은 지난 5년간(14.1%포인트)의 3분의 1 수준으로 관리해 2027년 50%대 중반을 넘지 않게 할 방침이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중기재정운용계획에서 2025년 국가채무 비율을 58.8%로 제시한 것에 비교하면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수준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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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고 수준의 강력한 구조조정도 실시한다. 먼저 민간 보조사업 점검 결과 사업 축소·폐지 대상 사업 중심으로 내년 예산안에 반영할 계획이다. 지난 5월 총 1205개 사업 중 440개 사업에 대한 점검에서는 61개 사업을 폐지하고 191개는 감축키로 결정했다.
◇연금개혁 등 중장기 재정 지속가능성 제고
탄소 중립, 저출산·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장기 목표인 ‘재정비전 2050’도 수립키로 했다.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국민연금·건강보험 등 연금·사회보험 개혁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지속 감소하는 등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해 중장기 재정 전략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 차관은 “중장기 (재정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 사회보장 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연금 개혁과 건강보험 재정관리 강화 등에 대한 사회보험 개혁도 논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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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경기 하방 압력이 강해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건전 재정으로 전환이 수월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당장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5.2%인데 내년 3% 이내로 축소하려면 재정 지출을 크게 줄여야 한다.
하지만 국정과제 소요만 209조원이 추산되고 금리 인상과 경제 위기 해소를 위한 재정의 역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 재정 지출에는 쉽게 조정이 어려운 경직성 의무 지출이 절반 가량 차지해 대대적 구조조정도 쉽지 않다.
재정준칙의 법제화도 불투명하다. 현재 국회는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의석수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거야(巨野)’ 정국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재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재정학회장을 지낸 성명재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상처를 낫게 하려면 고름을 짜고 치료를 해야 하듯 재정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고통이 생길 수도 있다”면서도 “지난 정부에서 확장적인 정책으로 재정 지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에 재정 정상화는 피할 수 없는 방향”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