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시각장애인 공인재무분석사(CFA)로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27년째 일해온 신순규(54)씨는 14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에서 지켜본 한국의 코로나19 방역에 대해 “한국은 사람들이 앞장서서 거리두기를 통한 타인과의 접촉 최소화에 잘 동참하는 것에 놀라웠다. 지금도 굉장히 성공적으로 방역을 잘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
신씨가 이번 에세이에서 특별히 강조하는 것은 ‘견고한 삶의 가치’다. 회사채를 주로 분석하는 신씨가 기업을 평가할 때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견고함’을 삶까지 확장시킨 개념이다. 신씨는 “지난해 팬데믹이 오면서 삶 또한 예상치 못한 일을 잘 받아들이고 견뎌내는 견고함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견고함의 의미에 대해선 “정신력으로 버티는 강인함이 아니라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유연성 있게 대처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제목의 ‘어둠’은 시각장애인으로 느끼는 어둠이 아닌 혼란스러운 현실을 뜻한다. 책에서 신씨는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를 ‘깜깜이’ 환자로 부르는 것에 대해 시각장애인이 반발했다는 뉴스를 언급하며 “나의 세계가 깜깜하단 생각은 해본 적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한밤 중 깨어났을 때 어둠을 떠올리기는 하지만, 평소에도 내가 어둠 속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웃었다.
|
최근 한국 사회에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투자 열풍에 대해선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적정한 가격대가 없는 도박과 같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신씨는 “투자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해야 하는데 지금은 당장의 이익만 바라보는 투기에 가깝다”며 “한국 못지않게 미국도 젊은 세대가 주식 투자에 희망을 걸고 있어 염려가 된다”고 말했다.
신씨는 오히려 희망은 견고한 삶을 살겠다는 의지에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에세이가 담은 메시지 또한 “삶의 위기를 견뎌내고 더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스스로 견고함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세상은 불공평하지만 우리는 그럼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불공평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일을 해야 한다”며 “견고한 삶을 선택하고 연약한 삶을 거부하면 희망이 찾아올 것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