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수사개입에 정보유출까지 `사면초가`…탄핵론 급부상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방성훈 기자I 2017.05.17 13:44:10
도널드 트럼프(왼쪽)미국 대통령과 제임스 코미 미 연방수사국(FBI) 전 국장.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벼운 언행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대신 세계에서 가장 우스운 국가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임스 코미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 해임을 시작으로 ‘제2의 워터게이트’라고 불리는 대형 스캔들을 키워냈다. 설상가상으로 러시아에 이슬람국가(IS)에 대한 동맹국의 주요 정보원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기밀을 누설했다는 의혹까지 겹쳤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4개월 여만에 자국은 물론 국제적인 신뢰까지 잃으면서 탄핵 위기에 내몰렸다.

트럼프 “러 내통 수사 중단하라”…수사개입 논란 확산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전 국장에게 자신의 최측근 중 하나였던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러시아와의 내통 의혹에 대한 수사를 중단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플린 전 보좌관이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해임된 바로 다음 날이었다. 플린은 전 보좌관은 러시아 내통설의 도화선을 당긴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말 주미 러시아 대사와 수차례 접촉해 제재해제 문제를 논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부에 거짓 보고해 취임 23일 만에 경질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14일 집무실에서 테러리즘 대책 관련 보고를 받은 후 코미 전 국장만 남도록 한 뒤 “수사를 끝내고 플린을 놔주는 것에 동의해주길 바란다. 플린은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코미 전 국장은 수사 종결 요구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고 “플린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담긴 메모를 남겨 FBI 간부들 및 지인 등과 공유했다. 메모를 읽었던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코미 전 국장에게 “이 문제(=플린 보좌관의 러시아 커넥션 의혹)를 그냥 놔뒀으면 싶다”며 우회적으로 압박했다고 NYT는 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는 그가 러시아 관련 FBI 수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려고 했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정치권에서는 코미 국장 해임과 수사 방해를 민주주의의 심각한 훼손으로 판단하고 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메모에 대해 ‘스모킹 건(핵심 증거)’이 나왔다며 “역사가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패트릭 리 의원과 리처드 더빈 의원 등 민주당 상원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강도 높게 비난했다. 미 상원 사법위원회의 리처드 블루멘털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메모는 정의(실현)을 방해한 명백한 증거이며, 당장 특검을 통해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화당마저 우려를 표명하고 백악관에 해명을 요구했다. 공화당의 제이슨 차페츠 하원의원은 트위터에 “만일 코미 메모가 존재한다면 최대한 빨리 들여다봐야한다”며 “소환장을 쓸 준비가 돼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백악관은 NYT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며 반박했다. 백악관은 이날 즉각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은 누차 플린 전 보좌관은 그동안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보호했던 괜찮은 사람이라고 언급해왔다. 그러나 대통령은 코미 전 국장은 물론이고 그 누구에게도 플린과 러시아와의 관련 수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은 미국 법집행기관과 그들의 수사내용에 대해 최대한 존중해왔다”며 “NYT가 언급한 그 메모는 당시 대통령과 코미 전 국장간의 대화를 충실하고도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녹취 테이프 있다” 자충수…코미 진영 ‘반격’

트럼프 대통령이 FBI 국장을 일방적으로 해임한 것은 그 자체만으로 워터게이트에 버금가는 대형 스캔들로 평가됐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한 발 더 나아가 자신과 관련된 수사를 중단하라면서 직접 개입까지 했다. 이는 국가 원수로서의 도덕적 권위와 통치 능력, 대국민 신뢰를 사실상 송두리째 상실할 수 있는 중대 사안으로 평가된다. 특히 공식적으로는 러시아 내통설에 대해 사기극이라며 비난하면서 뒤에선 사건을 무마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7일 코미 전 국장을 불러 자신에게 충성서약을 하라고 최소 두 차례 이상 강요했다. 하지만 코미 전 국장은 이를 거부했다. 이후 FBI는 러시아 내통 관련 수사를 지속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지 지난 9일 코미 국장을 전격 해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임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며 녹취 테이프가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몰래 녹음한 것도 문제가 됐지만 관심은 녹취 테이프의 실존 여부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결국 자충수가 됐다. 이날 NYT를 통해 공개된 메모 내용이 녹취돼 있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코미 전 국장 측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들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미 의회에서 녹취 테이프 복사본을 요청했을 때 테이프가 실존하면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증거를 내놓는 셈이 되고, 반대의 경우엔 트럼프 대통령이 ‘또’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맥마스터 보좌관


기밀정보 유출까지…대내외 신뢰도 하락·탄핵론 급부상

엎친데 덮친격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 장관과 세르게이 키슬략 미 주재 러시아 대사와 만난 자리에서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 관련 기밀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공한 정보 중 일부는 이스라엘에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안보 동맹국들의 신뢰 하락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까지 가세해 외교 갈등을 빚을 수 있다며 해명을 촉구했다. 결국 H.R.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보좌관이 “뉴스가 잘못됐다”면서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대통령으로서 공개된 백악관 회의에서 테러와 항공기 안전 등과 관련한 사실을 러시아측과 공유하고자 했으며 이는 내가 가진 절대적인 권리”라고 주장, 맥마스터 보좌관의 노력을 무산시켰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40%에도 못 미치는 역대 최저 수준을 떨어졌다. 이와 더불어 야당 일부에서 조심스럽게 제기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 주장이 전면으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이전까지 탄핵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민주당 의원은 1~2명에 불과했다. 잘못 탄핵 카드를 꺼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조심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지금은 민주당 의원 가운데 탄핵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의원이 하원의원 10명, 상원의원 1명으로 크게 늘었다.

미국 국민의 절반 가량이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하는 데 찬성한다는 여론조사도 나왔다. 퍼블릭 폴리시 폴링(PPP)가 지난 12일부터 이틀간 692명을 조사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48%로 나타났다.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내통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사임해야 한다는 대답은 절반이 넘는 54%에 달했다. 조사 결과와 관계없이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해야 한다는 응답은 34%에 불과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위기의 트럼프

- 트럼프 "中, 北문제 해결 돕는데 실패" - 트럼프, '코미 대화 녹음테이프' 있는지 이번주 안에 밝힌다 - 트럼프 “웜비어 사망은 완전한 치욕”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