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빚도 채무조조정 쉽게 한다

노희준 기자I 2017.03.06 12:00:00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A씨는 갑은행(1000만원), 을캐피탈(1000만원), 병보증기금(3000만원)을 통해 대출받은 5000만원을 사업에 투자했다 사업 실패로 연체가 발생했다. A씨는 채무독촉에 못 이겨 채무조정을 통해 빚을 상환하고자 신용회복위원회를 방문했다. 하지만 A씨는 결국 빚 갚기를 포기했다. 문제는 병보증기금 채무였다. 갑은행과 을캐피탈 채무는 상각돼 60%까지 감면되는 반면, 병보증기금이 대신 갚은 채무(3000만원)는 상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복위는 상각되지 않은 채무는 원금을 감면할 수 없다고 했다.

올해 3분기(7~9월)부터 A씨와 같이 금융공공기관에서 진 빚도 이전보다 쉽게 채무조정 할 수 있게 된다. A씨의 발목을 잡았던 병보증기금 등 금융공공기관의 채권도 일정 기간 경과되면 상각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대위변제나 채권매입 후 1년 이상 경과한 금융공공기관의 부실채권은 원칙적으로 상각토록 했다. 채권 회수·관리에 대한 직원 면책근거를 마련해 직원들의 채무재조정 부담도 덜어주기로 했다. 금융공공기관의 상각된 채권은 캠코(자산관리공사)에서 모아 관리의 효율성도 높인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금융공공기관 부실채권 관리 제도개선 방안’을 6일 밝혔다. 그간 ‘형식적인 회수와 보유’에 머물던 부실채권 관린 기조를 ‘적극적인 조정과 정리’로 전환한 게 핵심이다. 실제 소극적인 보유 중심의 기조 탓에 6개 금융공공기관 부실채권 규모는 지난해 말 약 25조원으로 관련 채무자는 무려 70만명에 달한다. 같은기간 은행 등 민간 금융회사의 가계 부실채권 약 40조원이 1.75배 수준이다.

이에 따라 모호한 상각기준부터 정비키로 했다. 현재는 회수 불가능, 회수실익 없는 경우 등 구체적인 기준 자체가 없는 실정이다. 앞으로는 보증기관의 보증을 통해 나간 대출이 연체돼 보증기관이 은행에 대위변제를 하거나 채권매입후 1년 이상이 경과한 경우 등으로 기준을 구체화해 이에 해당하면 원칙적으로 상각토록 했다. A씨의 경우라면 병보증기금의 채무도 상각돼 신용회복위원회 워크아웃을 통해 다른 금융회사 채무와 동일하게 최대 60%까지 감면을 받을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다만 일정금액 이상의 재산을 보유하거나 이미 채무조정 약정을 체결한 경우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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