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그걸 어떻게 사요. 한 달 생활비는 될텐데”
지난해 한 펀드매니저에게 사회 초년생들을 위한 주식 추천을 부탁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가 부른 종목은 한 주당 100만원을 훌쩍 넘는 고가주였다.
사회 초년생의 한 달 월급은 높아야 200만~300만원. 그 중 일부는 학자금 대출 상환으로, 일부는 적금으로 들어가는 이에게는 너무 비싼 종목이었다. 그렇게 그의 추천은 ‘킬’됐다.
3일 아모레퍼시픽(090430)과 아모레G(002790)는 주당 액면가액을 5000원에서 500원으로 분할하겠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유통주식수는 10배로 늘어나고 주가 수준은 10분의 1로 줄어든다.
코스피 대형주가 성장 동력을 잃고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아모레퍼시픽은 홀로 우상향했다. 한류 붐으로 아시아 시장 내 지위가 강화되며 주가는 1년동안 2배 가까이 뛰었다.
그런 300만원을 육박하기도 했던 황제주가 스스로 30만원 안팎으로 내려오기로 결심한 것.
이번 액면분할은 개인투자자들에게 투자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분명히 의미 있다. 아모레퍼시픽에 관심은 있었지만 가격대가 비싸 투자할 수 없던 이들이 많았다. 실제로 주식투자자 560명을 대상으로 한 키움증권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47%가 초고가주 중 액면분할을 한다면 아모레퍼시픽에 우선 투자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배당을 통한 재분배 효과 역시 가시화될 수 있다. 정부의 배당 장려 정책이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가 아닌 실제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기업 역시 개인투자자로부터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물론 최근 액면분할을 장려하는 움직임은 거래량을 늘리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있다. 뜨내기 투자자들이 몰리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모두를 만족시키는 제도는 없다. 부정적인 측면보다 긍정적인 측면이 가진 힘을 봐야 한다.
액면분할을 통해 문턱을 낮춘 아모레퍼시픽의 결정을 환영한다. 그리고 이 같은 움직임이 개인투자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히는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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