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기, 석유소비국카르텔 형성 시사…"협상력 높이자"

고준혁 기자I 2022.05.12 15:09:12

바이든 회담 직후 "현재 거래 시스템, 모두 불만족"
"에너지값, 수급원리 상관없어…카르텔 조성 가능"
전문가들,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IEA도 힘못써"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미국과 유럽이 석유 소비국들로 구성된 카르텔을 형성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공급자 위주의 시장에서 구매자 카르텔을 형성해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사진=AFP)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유럽에서는 가스, 미국에서는 석유가 거래되는 시스템 전반에 대해 두 국가 모두 불만족하고 있다”며 “에너지 가격은 수요, 공급의 원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석유 소비국 카르텔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에너지값 급등은 전세계적인 높은 인플레이션 시대를 알리는 서막이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드라기 총재는 정부 지원을 통한 가스가격 상한제 등으로 가계 경제를 안정시킬 수 있겠지만, 특히 유럽연합(EU)의 경우 국가별 재정 상황이 달라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카르텔을 형성해 협상력을 확대하면 좀더 저렴한 가격에 거래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석유 소비국 카르텔이 만들어지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1973년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금수 조치를 시행한 이후 이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여전히 힘을 못 쓰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IEA는 원유 가격이 불안정할 때 회원국들에 비축유를 동시 방출하라고 권고해왔지만, 좀처럼 실현되지 않았다.

컨설팅 기업인 클리어뷰 에너지 파트너스의 케빈 북 연구원은 “소비국 카르텔을 위해 원유 구매 계약과 관련한 공동 서약을 받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개념은 석유산업 160년 역사에서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FT는 바이든이 지난달 초 향후 6개월간 총 1억8000만배럴의 전략적 비축유를 방출한다고 밝혔음에도 원유 가격은 안정화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서방국들이 에너지 가격을 낮추기 위해 OPEC에 원유 생산을 늘려달라 요청하고 있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배럴당 104.31달러로 마감해 올 초 대비 37.8%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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