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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3기 신도시 공공주택지구 중에서 현재까지 보상을 완료한 지구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차 사전청약을 시행했던 인천계양의 경우 토지·지장물 협의 보상을 마치고 강제수용 절차인 조속재결·일반 수용재결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오는 25일 2차 사전청약에 들어가는 남양주왕숙2는 토지보상률이 0%다.
내달 3차 사전청약에 나서는 하남교산은 금액기준 토지보상이 80% 이상 이뤄졌으나 아직 지장물 조사가 진행 중이다. 하남교산은 이번 정부 들어 지정된 택지지구 중에서 지장물이 손에 꼽게 많은 지구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김예림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는 “수용재결 결정이 나오면 대체로 착공할 수 있지만, 일부 추가 명도소송이 필요한 경우엔 사업이 지연될 수도 있다”며 “보상을 시작조차 못한 곳이나 사실상 겨울에 진행하기 어려운 지장물 조사가 남은 곳들은 사업 일정이 더 밀릴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보상이 늦어지는 가장 주된 이유는 수용가격에 대한 토지주들의 반발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통상 보상가액은 공시가의 1.3~1.5배 수준에 그칠 때가 많다”며 “매입가보다 보상가가 더 적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정 규모 이상 토지를 협의로 수용할 때 제공하는 인센티브를 두고도 불만이 나오고 있다. 3기 신도시와 함께 발표된 대규모 택지지구인 과천과천지구 토지주들은 이달 중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에 항의 방문할 계획이다. 과천지구 한 주민은 “정부가 땅을 헐값에 수용하는데 협조하면 대가로 주겠다던 협의양도인택지·주택을 해당자들에게 100%가 아니라 추첨을 통해 선별적으로 제공하겠다고 한다”며 “똑같이 강제수용 당하는데 누구는 택지·주택을 받고 누구는 받지 못하는 불공평한 상황이 생길 수 있어 항의하려는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토지주들은 토지 보상가액을 산정하는 감정평가제도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3기신도시 토지주 등으로 구성된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는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LH공사와 각 지방도시공사가 보상평가를 하는 과정에서 사업시행자와 이해관계가 밀접한 13개 대형평가법인을 선정해 편파적인 감정평가를 하고 있다”며 “LH근무경력이 있는 감정평가사를 무조건 배제하는 등 현행 제도를 개편하고 토지보상 관련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 감정평가업무는 한국부동산원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수처리장 설치 발목…문화재 변수도 여전
나아가 일부 3기 신도시에서는 하수처리장 설치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부천대장, 과천과천, 남양주왕숙 지구에서 하수처리장 설치 미구축에 따른 입주 일정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부천의 경우 하수처리장과 광역소각장 지하화에 약 1조7000억원대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면서 지구단위계획에서 관련 내용이 빠졌다. 과천은 인근 서초구 주민들의 반발로 진행이 중단됐다. 왕숙은 하수처리장 증설 및 신설 여부를 놓고 지역 주민들이 갈등을 빚고 있다.
노 의원은 “하수처리용량이 부족할 경우 공공주택 준공이 지연될 수 있고, 하수도정비기본계획이 승인되지 않으면 지자체가 정부와 사업 예산, 방식 협의 등을 진행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미리 환경이나 교통 등 도시 기반시설을 확보한 뒤 신도시를 추진하지 않고 먼저 계획을 발표한 뒤 도시인프라를 구축한 게 문제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문화재 관련 변수도 여전한 상황이다. 공사 중 문화재 발견 시 공사 중단 및 개발규모 축소가 불가피해서다. 하남교산은 이미 문화재 발견 우려로 인해 문화재 매장 추정 구역 등에 이미 아파트 대신 공원 및 녹지 등을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입주 일정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3기 신도시는 사전청약 시행 전 지구계획 승인을 완료하는 한편, 연내 보상금 지급 착수 등을 통해 사전청약 및 본 청약을 계획대로 차질 없이 시행할 예정”이라며 “내년 중 보상을 마무리하고, 부지조성공사에 착수해 2023년부터 순차적으로 본 청약을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착공은 빠르면 내년 중반부터 이뤄질 예정으로 2026년 입주라는 큰 틀에서의 전체 일정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본다”며 “과거 보금자리주택 사태를 답습할 수 있다고 하나, 그때는 LH가 통합되던 과도기였을 뿐만 아니라 보상계획을 수립하거나 보상계획공고도 내지 않은 채 사전청약을 먼저 하는 등 현재와는 상황이 달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