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는 현지시간 5일부터 사흘간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로스 상무부 장관, 론 와이든 상원 재무위간사 등 주요 각료 및 의회 인사와 회담을 진행한다고 3일 밝혔다. 주 장관은 이외 애드윈 퓰러 헤리티지 재단 설립자 겸 아시아연구센터 회장, 존 헌츠먼 아틀란틱 카운슬(council) 회장, 김용 월드뱅크 총재,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 등과 잇따라 회동을 할 예정이다. 로버트 라이시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아직 인준이 이뤄지지 않아 이번 면담대상에서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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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되는 미국의 무역 공세
주 장관이 미국 상무부 장관을 만나는 것은 트럼프 정부 설립 이후 처음이다. 그간 정부는 미국 통상당국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로스 장관의 인준이 늦어지면서 회동이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27일 로스 장관이 정식 임명된 만큼 우리 정부도 이번 회동을 통해 한미 FTA 재협상 등 미국의 통상압박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미국과 통상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녹록지 않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28일 한국산 인동 반덤핑 조사의 최종 발표에서 8.43%의 덤핑 마진 판정을 내렸다. 이는 지난해 10월 예비 판정의 3.79%보다 두 배 이상 높아진 수치다. 오바마 정부에서 시작된 조사이지만,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상무부 차원의 첫 반덤핑 관세 확정 판정이다. 트럼프 정부가 산업보호 정책으로 관세를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 터라 미국의 강력한 무역 규제의 신호탄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여기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USTR은 전날 발표한 ‘2017 무역 정책 어젠다(2017 Trade Policy Agenda)’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미국의 대(對) 한국 적자폭이 심하게 확대됐다”고 언급하며 “양자·다자 모든 무역협정에 대해 전반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아직 USTR 대표 내정자의 인준이 이뤄지지 않았고, 한미FTA재협상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만큼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FTA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강조했던 만큼 재협상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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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세탁기 공장’ 협상 카드 될까
우리 정부가 내세울 카드는 많지 않다. 이번 만남은 아베 일본 총리가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것과 달리 장관급 면담으로 격이 낮다. 박근혜 대통령의 손과 발이 묶인 탄핵정국에서 일본이 사회간접자본(SOC) 분야에 대한 4500억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하고 70만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수준의 ‘선물’을 안길 방안은 없다. 정부는 미국산 셰일가스 수입을 대응 카드로 만지작거리고 있긴 하지만 미미하다.
그나마 지난 1일 LG전자(066570)가 미국 세탁기 공장 설립과 관련해 미국 테네시주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은 하나의 협상 ‘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가 민간 차원에서 이전 정부 때부터 검토했던 건이긴 하지만, 트럼프 신 정부 설립 이후 나온 대규모 투자 사례라 의의가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가 환율조작국 압박, 한미FTA 재협상을 거론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가 미국의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확대하는 차원인 만큼 이에 딱 들어맞는 사례다. 주 장관도 당시 빌 하슬람(Bill Haslam) 테네시주 주지사와 면담 자리에서 LG전자의 투자가 “최근 미국 정부가 역점 추진 중인 제조업 부흥(Made in the USA)의 대표 성공사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