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이데일리 김도년 나원식 기자] 세월호 침몰사고 일주일 째인 22일. 정부의 지지부진한 수색 작업은 실종자 가족들을 답답하게 하고 있다. 민관군 함동 구조팀은 이날 원격수중탐색장비(ROV)와 해양로봇 등 첨단 시설을 투입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했고, 사람이 많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선내 식당 수색도 오락가락했다.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대책본부)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해저무인탐색로봇인 ‘크랩스터’를 현장에 보냈지만 투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크랩스터는 ‘게’ 모양의 다관절 해저로봇으로 조류가 강한 곳에서도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투입조차 되지 못한 것이다. 이에 앞서 ROV역시 현장 투입 10여분 만에 강한 조류 때문에 철수했다.
대책본부는 또 이날 잠수기어선 금양호와 잠수요원 50여명을 태울 수 있는 바지선을 이날 새벽 현장에 투입하고, 6개로 늘린 가이드라인을 통해 잠수 요원을 최대한 신속하게 투입하는 등 장비와 인력을 최대 규모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종자 수색과 시신 수습은 더디기만 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정부가 매번 첨단 장비를 투입한다고만 자랑 만하고 실제 구조는 전혀 못 하고 있다”며 “또 방송 등을 통해 밤샘 작업을 한다더니 실제로는 선내 진입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가족들은 ‘밤샘 수색작업을 한다’는 보도를 믿고 22일 새벽부터 시신 수습 소식을 기다렸지만 오전까지 시신은 한 구도 인양되지 않았다.
잠수요원이 어느 객실을 수색 중인 지를 두고도 오락가락했다. 대책본부는 이날 진도군청에서 열린 오전 브리핑에서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추정되는 식당 부근에 진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진도 팽목항에서 한 서해지방해양경찰청 관계자는 “식당 진입에 성공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게 알고 있다”고 답해 혼선을 빚었다. 구조대는 식당 진입이 어렵다고 판단, 뒤늦게야 선실 창문으로 진입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수색작업이 지연되면서 시신이 심각하게 부패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시신은 대부분 형체가 훼손되지 않아 가족들이 신원확인을 비교적 쉽게 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이 나온다. 특히 옆으로 기울어진 선체 중 아랫부분에 위치한 선실의 경우 잠수부 진입이 쉽지 않아 오랫동안 방치될 가능성이 크다.
또 21일부터 선내가 아닌 인근 해역에서 발견되는 시신이 늘어나면서 적지 않은 시신이 유실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고명석 대책본부 대변인은 “표류하는 사망자가 있을 수 있다”며 “처음에 배가 침몰됐을 때 표류됐거나 선체 내부에서 조류의 영향으로 사망자가 흘러나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신이 크게 훼손됐거나 유실될 경우 향후 사망자 확인에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대책본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승선 명단에 없는 외국인 시신이 발견된 것과 관련, “승선 인원은 언제나 변동될 수 있다”고 말해 아직까지 승선 인원이나 명단을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