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라면 수출액은 4억4620만달러(한화 약 5800억원)로 잠정 집계됐다.
해외시장에서 K라면의 성장은 작금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몇 년새 유독 돋보이고 있다. 영화 ‘기생충’에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가 등장하고 K팝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이 ‘불닭볶음면’에 강한 애정을 드러내는 등 K컬처의 세계적 영향력이 K라면에 대한 호기심으로 연결됐다는 평가다. 여기에 코로나19, 고물가 등 영향으로 해외시장에서도 내식이 증가한 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상반기 기준 2015년 라면 수출액은 1억383만달러 수준이었으나 2018년 2억1618만달러, 2020년 3억208만달러로 빠르게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 라면 수출액은 3억8328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올해 상반기 이보다 16.4% 증가한 수치를 기록하며 다시금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하반기 농심과 삼양식품은 각각 10% 안팎, 오뚜기는 올해 초 5% 안팎 라면 수출 가격을 인상한 효과도 있지만 신장률을 봤을 때 판매량 자체도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상반기 역대 최대 수출액을 기록하면서 올해 연간 수출액도 8억 달러를 훌쩍 넘겨 9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연간 수출액은 7억6541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년대비 13.5% 증가한 성과이자 역대 최대 기록이기도 했다.
|
K라면 수출액 확대는 최근 내수시장에서 부침을 겪고 있는 국내 라면업계에 천군만마와도 같다. 라면 내수 시장은 인구절벽 심화로 인해 성장성 우려가 컸던 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살인적 고물가로 제한적 가격 정책을 유지하면서 수익성에도 적신호가 켜졌던 터다.
실제로 국내 주요 라면업체 4사는 최근 정부의 라면 가격 인하 ‘권고’에 따라 지난 1일부로 주요 라면 제품 가격을 5% 안팎 인하키로 했다. 밀가루를 제외한 여러 원부자재 비용과 인건비, 전기세 등 제반 비용에 대한 부담이 여전히 높아 이같은 가격 인하 결정에 따른 수익성 악화는 예상된 수순이었다. 수출 확대는 이를 만회하고 향후 성장성까지 도모할 버팀목이 된 셈이다.
특히 농심(004370)과 삼양식품(003230)의 수출 성과는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통상 K라면 전체 수출액 가운데 삼양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상회한다. 농심의 수출비중도 40% 안팎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삼양식품 수출액이 2억2000만달러, 농심은 2억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인 것으로 추산된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미국과 동남아시아 등 K라면이 잘 팔리는 기존 국가에선 판로를 확대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며 “남미 등 신규 시장 진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어 수출에 대한 기대감은 높다”고 전했다. 이어 “인도네시아에 네 번째 해외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인구 3억명을 겨냥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는 등 성과 확대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농심은 국내에서 생산해 해외로 판매하는 수출과 별개로 미국과 중국 현지 생산법인을 통해 해외 매출을 올리고 있어 수출과 해외 현지 생산·판매 매출까지 더하면 성과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오뚜기(007310)와 팔도의 경우 수출규모는 크지 않지만 각각 베트남, 베트남·러시아에 현지 생산법인을 두고 있어 해외시장에서 적지 않은 비중의 매출을 일으키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농심은 올해 2분기 매출 8600억원, 영업이익 34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동기대비 각각 13.7%, 702.0% 증가한 수준이다. 삼양식품도 같은 기간 각각 11.4%, 9.1% 늘어난 매출 2845억원, 영업이익 298억원을 거둘 전망이다.
오뚜기 역시 2분기 매출 8862억원, 영업이익 55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12.3%, 16.0% 늘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