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고위 당국자를 스위스로 출장을 보내 CS 정리 과정을 살펴보게 했다. 금융위는 UBS가 파산 위기에 놓인 CS를 인수하기로 빠르게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CS와 현지당국이 수립해놓은 RRP가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현지에서 확인했다. ‘CS 위기설’이 돈 1년 전부터 RRP가 작동됐고, 자체정상화에 성공하진 못했으나 적어도 파산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RRP 운영이 부실했다면 UBS의 인수가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도 현지에서 나왔다.
RRP란 금융회사가 수립하는 자체정상화 계획과 당국이 설정하는 부실정리 계획을 의미한다. 자체정상화 계획은 금융회사가 파산 등 위기를 가정하고 세우는 일종의 ‘컨티전시 플랜’이다. 금융위는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와 산하 은행 5곳에 자체정상화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이들 회사가 세운 계획을 바탕으로 자체정상화가 불가능할 경우를 가정해 부실정리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금융위는 지난 4월 5대 지주 및 은행의 자체정상화 계획을 정례회의에서 승인 의결했다. 지난해 이어 두번째 승인이다.
내년도 승인 보고부터는 자체정상화 계획 발동지표나 발동요건을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영 위기상황에 대한 판단 기준을 깐깐하게 할 수 있다는 의미다. SVB 사태처럼 위기가 빠르게 닥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다. 현행 자체정상화 계획상 자본적정성과 유동성비율 등을 발동지표로 두고, 이러한 지표가 일정 수준을 벗어날 경우 발동요건으로 ‘위기징후’, ‘위기’ 등을 판단해야 한다. 여기에 CS가 자산운용 등 고유 업무에서 리스크가 발생한 만큼 고유리스크를 발동지표로 설정하는 안이 검토될 전망이다.
RRP 전담 인력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5대 지주와 은행은 모두 전담 조직을 두고 있으나 인력 수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다만 당국 역시 전담 조직이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은 RRP 조직을 태스크포스(TF)로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