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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재개발 사업수가 늘어나는 반면 실적이 대폭 줄어든 것은 사업 속도가 붙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안전진단 규제 강화, 분양가 상한제 등에 대한 주민 간의 의견 수렴이 더디고 갈등이 커지면서 사업 진행이 멈춰있는 곳도 많다.
실제 서울시가 2000년 이후 서울에서 구역지정을 통과한 163개 재건축 사업장을 조사한 결과 재건축 사업의 평균소요기간은 정비구역지정부터 준공까지 평균 9.7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정비사업은 △정비기본계획 수립 △정비구역 지정 △추진위원회 구성 △조합설립인가 △사업시행계획인가 △조합원 분양 신청 △관리처분계획인가 △철거·착공 △일반분양 △조합해산 등의 단계로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정비사업은 절차가 복잡하고 사업기간 중 정비계획, 사업시행 변경 인가 등 여러 가지 돌발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 사업 진행 속도를 누구도 자신할 수 없다.
이에 리모델링으로 돌아선 단지도 속속 등장한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사업지는 지난해 12월 54개에서 3월 기준 61개로 늘었다. 아파트 리모델링은 재건축에 비해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기 때문이다.
재건축은 준공 후 30년 이상이 지나고 안전진단에서도 D등급 이하를 받아야 하지만, 리모델링은 준공 후 15년이 지나면 추진할 수 있다. 안전진단도 수직증축은 B등급, 수평증축은 C등급을 받으면 된다. 또 기부채납이나 초과이익환수 등 규제에서도 자유로운 편이다.
출혈경쟁을 피하려는 건설사들의 움직임에 시공사 선정이 뒤로 밀리는 영향도 크다. 정부의 분양가 통제 등의 규제 여파로 사업성이 떨어진 상태에서 입찰 경쟁에 나서게 되면 운영비 등 부수적인 지출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때문에 정부 규제를 피해 작년 말 시공사 선정에 적극적이었던 기저효과가 더욱 두드러진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 시공사 입찰에 나선 정비사업장에선 건설사들의 참여가 저조해 유찰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노원구 상계1재정비촉진구역(상계뉴타운 1구역) 재개발사업 조합은 지난 5월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마감한 결과 HDC현대산업개발이 단독으로 참여해 한 차례 유찰됐다. 서울 강북구 미아4재정비촉진구역 재건축사업에서도 HDC현대산업개발만 입찰에 참여했고, 경쟁사가 나타나지 않아 유찰됐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의 규제 강화 우려로 속도를 낼 수 있는 사업지는 이미 진행이 됐다”며 “또 한국토지주택공사나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직접 시행하는 공공정비사업 등으로 선택지가 많아지면서 민간 사업이 상대적으로 위축됐고 보다 안정적인 사업으로 진행하기 위해 경쟁을 피하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