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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보다 해외에서 큰 성공을 거둔 특이한 한국 스타트업이 있다. 창업 초기부터 ‘언어 교환’이라는 원대한 꿈을 품고 시작한 하이퍼커넥트가 주인공이다.
이 회사의 대표 상품인 ‘아자르(Azar)’는 영상통화를 통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소셜미디어(SNS) 서비스다. 세계 230개국에서 2억명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매일 6000만건의 연결이 이뤄지고, 지원 언어는 19개에 달한다.
지난해 매출(624억원)의 95%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외국인 직원과 한국인 직원이 섞인 16개국 출신 다국적 구성원은 ‘우리끼리 비정상회담 촬영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의 하이퍼커넥트 본사에서 만난 공동창업자 정강식(사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처럼 글로벌화(化)를 이룬 비결로 ‘엔지니어(개발자)가 일하기 좋은 회사를 만든 점’을 꼽았다.
그는 “우리 회사의 장점 중 하나는 글로벌하게 오가는 실제 빅데이터를 국내에서 바로 활용해볼 수 있다는 것”이라며 “여기에 개발자들이 기획부터 개발, 마케팅 등 모든 과정을 직접 수행하는 ‘하이퍼X’ 프로그램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하이퍼X는 하이퍼커넥트 구성원이 다양한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해 실제 사업화까지 염두에 두고 진행할 수 있도록 회사가 지원하는 제도다. 이런 제도는 하이퍼커넥트의 출발과 맥이 닿아있다.
정 CTO와 안상일 대표(CEO), 용현택 연구소장 등 하이퍼커넥트 창업자들이 아자르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바탕에는 구글이 오픈소스(공개형 소프트웨어)로 선보인 ‘웹RTC’가 있다. PC의 웹 브라우저에서 영상통화를 하는 이 기술의 시연을 접한 창업진이 이를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환경에서 구현하며 서비스를 처음 고안하게 됐고, 때마침 구글이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전문 번역 서비스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에 선정되며 글로벌 진출을 추진하게 됐다.
4년 넘게 쌓인 빅데이터를 통해 현재 하이퍼커넥트는 △글로벌 단위 서비스 운영과정에서 오는 네트워크 관리 노하우를 비롯해 △언어권·문화권 사이 소셜 매칭 성공률 △영상인식을 통한 이미지 분석 등의 분야에서 경쟁력을 쌓아가고 있다. 특히 영상 분석의 경우 지난 4월 열린 제4회 LPIRC(저전력 이미지 인식 대회)에서 퀄컴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다른 대형 기업들을 제쳤다.
정 CTO는 “이전 직장(금융결제원)에서는 느끼기 어려웠던 새로운 기술 개발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희열을 느꼈다”며 “‘도전할 만한 일’이 있는 회사를 만들고 있는만큼 유능한 개발자들과 함께 더 훌륭한 서비스를 만들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서로 배울 수 있는 동료와 함께 성장하고 싶다며 그는 “자신이 맡은 일을 정확하게 알고 잘 끝맺음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하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