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산업이 본격 태동한 1980년대 이후 기업 간 인수 합병(M&A)은 산업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장치 산업의 특성상 각 그룹 총수의 의지와 결단이 반도체 기업의 미래를 좌우해온 것도 사실이다. 특히 김준기 전 회장의 반도체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비 메모리 분야 발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올해 초 LG그룹으로부터 인수한 SK(034730)실트론도 뿌리는 1983년 동부그룹이 미국 몬산토와 합작해 설립한 ㈜코실이다. 김준기 전 회장은 ㈜코실을 통해 반도체 사업에 진출하며 국내 최초로 반도체의 원료가 되는 원판인 실리콘 웨이퍼를 생산했다. 비록 1990년 경영권을 LG(당시 럭키소재)에 넘겼지만 한동안 2대 주주 지위를 유지하며 연을 이어가기도 했다.
김준기 전 회장은 이후 1997년 동부하이텍(000990)의 전신인 동부전자를 세우며 반도체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동부전자는 당시 미국 IBM과 제휴해 D램을 생산하기도 했지만,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가 터진 이후 사업 방향을 현재의 파운드리로 전환했다.
동부하이텍은 2002년 7월 아남반도체 경영권을 인수해 사업의 외형을 키웠고, 고부가가치 특화 제품 중심의 파운드리 서비스와 디스플레이 및 센서 분야 핵심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동부하이텍은 세계 11위(점유율 1.2%·IHS마킷 자료) 파운드리 회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