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지난해 멕시코에서 성 착취와 인신매매 등 중범죄혐의로 구속돼 멕시코 교도소에 수감된 양모씨 사건과 관련 주멕시코 대사관의 영사업무 처리가 처음부터 끝까지 허점 투성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감사원은 ‘재외공관 및 외교부 본부 운영실태’ 감사 결과 자료를 통해 “주멕시코 대사관은 멕시코 검찰이 재외국민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절차를 위반하고 인권을 침해한 데 대해 정식 문제제기를 하여 바로잡는 등의 적정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양씨는 지난해 1월, 3개월 관광비자로 멕시코에 사는 여동생을 만나러 갔다가 범죄자로 몰려 구속되면서 이른바 멕시코판 ‘집으로 가는 길’로 알려졌다. 양씨 사건이 이슈가 되면서 문제가 제기됐던 실무자들의 미흡한 대응과 안일한 업무 태도가 감사원 감사 결과 확인된 것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주멕시코대사관 경찰영사관 A는 양씨를 포함해 재외국민 6명이 성착취 등의 피의자 및 피해자로 현지 검찰에 연행돼 영사조력 없이 조사받는데도 이의제기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또 현지 검찰의 피해자 조사 입회 요청을 거절하고, 법원에서 피의자 심리시 20차례 영사 참석을 요청하였는데도 3차례만 참석했으며, 현지 검찰이 작성한 재외국민의 주장과 상반되는 내용의 영사진술서에 서명해 재판에서 재외국민에게 불리하게 작용될 소지를 만들었다는 게 감사원측 지적이다.
또 사건이 알려지자 A는 현지 교민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관련 글에 개인적으로 ‘강제로 일 시키고 돈 안주고 착취하는 중범죄’라는 등의 댓글을 달아 논란을 확산시켰다. 재외국민을 보호해야 할 대사관측 담당자가 재판 진행 중인 재외국민을 중범죄인으로 표현해 공관에 대한 불신과 논란을 초래했다.
이밖에도 이번 감사 결과 카자흐스탄 대사관의 경우 독도 홍보와 한국어 보급 업무 수행 시 부적절한 태도로 사업 추진에 차질을 일으킨 사실도 확인됐다.
문화홍보주재관 겸 한국문화원장 B는 ‘독도 홍보 동영상 제작 콘테스트’의 안내 포스터에 독도라고 표기하면 “일본 대사관에서 볼 수 있다”, “일본대사관에 친분 있는 사람이 물으면 답하기 곤란하다”는 등의 어이 없는 사유로 독도 표기를 삭제해 제주도를 주제로 1명만 응모했다.
B는 문화원 소속 행정직원 7~8명을 지휘·감독하면서 독단적으로 행정직원 근로계약을 부당해지하는가 하면, 한국어 교육을 하는 세종학당 교원으로 채용된 직원을 경력과 상관 없는 팀에 배치하거나 사전 동의 없이 퇴직금을 중간 정산해 지급하도록 하는 등 자진 사퇴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또 한국산업은행 파견직원이 허위 수령증과 영수증을 이용해 444회에 걸쳐 4000만원을 횡령해 식사비, 예금 등 개인적 용도에 사용하는 등 재외공관 직원들의 공금 횡령 혐의도 적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