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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가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말했다. 전날 비상대책위원회와 혁신위를 이원화해 운영하기로 한 것을 놓고 ‘친박근혜계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이른바 ‘꼼수 혁신위’ 논란에 대한 반박이다. 정 원내대표는 “당에 친박근혜계 의원이 70~80명 정도인데 모두가 (총선 참패의)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도 했다. 20대 국회 당선인은 총 122명이다.
설문조사가 화근이 됐다. 당내 친박계 의원 수가 우세한 상황에서 이른바 ‘관리형 비대위’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 당연하다는 게 비박계의 설명이다. 범비박계인 하태경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친박근혜계는) ‘혁신형’ 비대위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의사가 반영됐다는 의심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동안 친박계는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직하고 전당대회 전까지만 당 쇄신을 논하는 ‘관리형 비대위’를, 비박계는 전대를 미루더라도 외부 영입 인물을 비대위원장으로 한 ‘혁신형 비대위’를 각각 주장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당초 설문지 문항에도 문제가 제기됐다. 혁신형보다는 관리형 중심의 비대위 구성이라는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질문 유형이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설문지에는 △관리형 비대위(6월 말∼7월 초 전대) 및 전대 이후 혁신위 △관리형 비대위(6월 말∼7월 초 전대)와 별도 혁신위 동시 가동 △총선 참패 진단형 비대위(7월 말∼8월 초 전대) 및 전대 이후 혁신위 △혁신형 비대위(정기국회 종료 이후 전대) 등 4가지 선택지로 구성됐다.
범비박계인 정두언 의원은 TBS라디오에서 “새누리당의 정체성은 사실 독재가 자리잡았다. 앞으로 별로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맹비난했다. 이어 “새누리당이 혁신을 한두 번 해봤나. 매 정권마다 혁신을 한 셈인데 혁신이 안 된 이유는 본질을 건드리지 않아서 안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친박계에선 이번 비대위와 혁신위 ‘투트랙’ 구성 결정이 고육책이라고 평가했다. 홍문종 의원은 SBS라디오에서 “지금으로서는 가장 좋은 방안 중의 하나”라며 “혁신위에서 이를테면 당 대표를 뽑는 방법이나 당무에 관한 사항에 대한 의견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에 혁신위가 제대로 가동된다면 아무 문제없다”고 했다.
한편 친박계에선 이정현 의원을 포함해 홍문종 의원 등이 차기 당 대표 출마의사를 내비치면서 당권을 놓고 또 다시 계파갈등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홍 의원은 “4선 의원이 된데다 사무총장도 지냈기 때문에 심각하게 고려를 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