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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비이커 매장에서 만난 정욱준(49, 사진) 삼성물산(028260) 패션부문 준지(Juun.J)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는 삐띠워모 게스트 디자이너로 초청받은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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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남성복 부문엔 정 상무가, 여성복은 명품 펜디 출신의 마르코 디 빈센조가 선정됐다. 지난 1999년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 16.5㎡(약 5평)짜리 작업실에서 시작한 그가 16년만에 꿈을 이루게 된 것.
정 상무가 패션 디자이너의 꿈을 꾼 것은 어린 시절부터다. 아동복, 액세서리 등을 만드는 부모님 밑에서 직물 등을 만지며 너무나 자연스럽게 디자이너 길에 들어섰다. 지난 1992년 가로수길에 위치한 패션 사관학교 ‘에스모드 서울’을 졸업한 후 1999년 ‘론 커스텀’이라는 브랜드를 처음으로 론칭했다. 브랜드를 론칭한 지 4년만에 타임지 아시아판이 뽑은 ‘아시아 최고 디자이너 4인’에 선정되는 등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후 2007년엔 자신의 이름을 딴 남성복 브랜드 ‘준지’가 를 시작했다.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는 준지의 옷을 ‘클래식의 변환’이라 표현했다. 무슨 말일까. 아주 전통적이면서도 쉽게 볼 수 없는 독특한 스타일이 살아 있다는 말이다. 전통적인 트렌치코트 소매에 가죽을 덧대고 풍성한 볼륨을 주거나 남성 투버튼 코트를 마치 여성의 드레스 자락처럼 해석한 옷이 대표적이다. 얼핏 보면 남성 수트같지만 또 다른 시각에서 보면 캐주얼한 스포츠 의상 같다.
이 같은 준지 의상은 세계적인 스타들에게도 조금씩 인정받고 있다.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인 칼 라거펠트는 지난 2009년 펜디 컬렉션 피날레에 준지를 입고 등장했다. 당시 칼 라거펠트의 조수가 이탈리아의 유명 편집숍 단토네에서 준지 옷을 싹쓸어가듯 구매한 사건은 유명하다.
정 상무는 2009년부터 3년간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에서 수상한 후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과도 손을 잡았다. 그는 “이서현 사장과 손잡은 것은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개인 디자이너로 일할 때는 항상 인적 자원에 목말랐었다”며 “삼성물산 패션부문에서 전문적인 홍보팀, 사업팀의 지원을 받으며 일하자 글로벌한 시각도 생겼고, 브랜드를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이서현 사장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세계 시장에 이름을 알린 준지는 지난 2013년엔 ‘샤넬’, ‘에르메스’, ‘크리스찬디올’ 등 명품 브랜드들이 소속된 ‘파리의상조합’ 정회원에 선정됐다. 파리의상조합 정회원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기존 정회원 중 2개 이상의 브랜드로부터 추천을 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 패션계 안팎의 전문가로부터 검증 받는 과정을 거치는 등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준지는 현재 30여개국 100여개 매장에 전개중이다.
지난 2006년 삐띠워모의 컬렉션을 보며 상상했던 꿈을 10년만에 이룬 정욱준 상무. 그에게 아직 남은 꿈이 있을까. 정 상무는 “준지를 100년, 200년 전통을 가진 진정한 명품으로 키우고 싶다”며 “물론 그때는 내가 이 세상에 없겠지만 우리나라의 유일무이한 전통있는 명품을 다져간다는 자부심만은 길게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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