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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 오른 재벌 순환출자..공정법 개정 '불똥'(종합)

윤종성 기자I 2015.08.05 16:59:53

황제 경영·기업 사유화 등 부작용 불거져
바짝 긴장간 재계..“투자·고용 위축 우려”

[세종= 이데일리 윤종성 김정남 기자] 롯데가(家) 경영권 분쟁이 재벌개혁으로 번지면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2년 만에 다시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국민들의 반 롯데 정서가 커지는 데다, 자산 규모 5조원 이상인 대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의 경우 신규 순환출자뿐 아니라 기존 순환출자까지 금지시켜야 한다는데 여야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6일 열리는 당정협의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5일 기자들과 만나 “대기업 오너가 미미한 지분을 갖고서 순환출자 고리를 통해 자기 것처럼 좌지우지하는 것은 경제정의에 맞지 않는다”며 “그것을 끊어야 한다”고 밝혔다.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해외법인까지 상호출자 규제를 의무화 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이번주 중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순환출자란 대기업들이 계열사들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동원하는 출자방식으로, 3개 이상의 계열사가 서로 출자하는 것을 말한다. 출자구조는 ‘A사→B사→C사→A사’와 같이 원 모양(환상형)으로 순환하는 구조를 띤다. 롯데를 비롯해 삼성, 현대차(005380) 등 국내 대기업집단은 이런 방식으로 재벌 총수가 전체 계열사를 지배한다.



◇황제 경영·기업 사유화 등 부작용 불거져


여야는 지난 2013년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하는 내용으로 공정거래법을 개정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이었던 ‘신규 순환출자 금지’를 법제화한 것이다. 하지만 여야는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기존 순환출자 고리마저 끊는 것을 강제할 경우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경제민주화는 필요하지만,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들의 부담은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잠잠했던 순환출자는 롯데의 집안싸움을 계기로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다. 롯데 사태를 계기로 소수의 지분을 가진 재벌 총수가 ‘황제 경영’을 하고, 기업을 사유화 하는 등 순환출자구조의 부작용이 불거진 탓이다. 롯데의 경우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분이 0.05%에 불과한 실정이다. 신 회장의 자녀 등 친인척 지분을 모두 합쳐도 2.41%에 그친다.

특히 롯데의 경우 416개의 순환출자고리를 갖고 있어 전체 대기업집단 순환출자(459개)의 90.6%를 차지하고 있다. 다른 기업집단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한 것과 달리, 롯데는 1년 동안 단 1개의 순환출자고리만 줄이면서 순환출자 해소 의지가 없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바짝 긴장간 재계..“투자·고용 위축될까 우려”

정치권의 공정거래법 개정 움직임에 재계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자본력이 부족한 국내 기업들이 고도 성장하는 과정에서 상호출자는 불가피했던 측면이 있었다”면서 “최근 들어 대기업집단이 인수, 합병 등을 통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의 다른 관계자는 “기존 순환출자고리를 끊으려면 기업 입장에선 막대한 비용 부담이 가중된다”며 “투자. 고용 등이 위축될까 우려된다”고 부연했다. 재계전문사이트인 ‘재벌닷컴’은 2013년 공정거래법 개정 당시 삼성그룹의 출자 해소 비용은 4조3290억원,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6조860억원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주무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신중한 입장이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시킨 뒤,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 고리는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라며 “기존 순환출자 고리로 법 적용을 확대하는 문제는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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