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디지털기기 사용↑…학생 집중력·성적 저하"
내년 디지털교과서 도입 앞두고 "부작용 심화" 우려도
"디지털기기 사용 1시간 늘면 수학 3점 떨어져" 통계도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시간이 긴 학생일수록 수학 성적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교육부가 내년부터 학교 현장에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할 예정이라 디지털기기 과다 사용이 학습 저하 등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지난해 9월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에듀테크 코리아 페어를 찾은 시민들이 전자 칠판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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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가 전면금지되면서 수업도, 공부도 디지털로 전환됐잖아요. 코로나 세대 아이들은 긴 텍스트는 읽지 않으려고 하고 짧은 콘텐츠만 것만 보려고 하니 확실히 집중력·학습능력이 저하된다고 느낍니다.”
경기도에 근무 중인 20년 차 초등학교 교사 김모씨는 25일 “코로나 시기 온라인 수업이 대세가 되고, 학생들의 디지털기기 학습이 보편화되면서 교실에서도 변화 분위기가 감지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가정에서 디지털 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등 지도가 가능한 경우에는 괜찮지만 맞벌이 가정처럼 자녀 교육을 일일이 신경 쓰기 어려운 경우에는 심각한 부작용이 나올 것 같다”고 우려했다.
최근에는 디지털기기 사용과 학업 성취 저하 간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은 한국 학생들이 수업 중 디지털 기기 활용 시간이 길어질수록 수학 성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2022 국제 학업성취도평가(PISA)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PISA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년마다 주관하는 국제비교 연구다. 만 15세 학생이 읽기·수학·과학에서 필요 지식을 갖췄는지를 평가하는 척도다.
특히 한국 학생들은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이 1시간 늘어날수록 수학 점수가 3점씩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이는 OECD 회원국의 평균(2점) 대비 하락 폭이 더 큰 수치다. 반면 ‘수업 중 디지털 기기의 알람를 끈다’고 답한 한국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수학 점수가 27점 더 높았다.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6월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AI 디지털교과서 추진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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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내년 새 학기부터 학교 현장에 AI 기반 디지털 교과서를 순차 도입한다. 2025년 초 3·4학년, 중1, 고교생을 시작으로 2026년(초 5·6학년, 중2)과 2027년(중3)을 거쳐 초중고 모든 학년으로 확대 적용된다. 교육부는 디지털 교과서를 통해 학생 개인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디지털 교과서를 이용하려면 종이책이 아닌 태블릿PC·노트북 등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야 하기에 학생들의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은 불가피하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디지털 기기 과다 사용이 학습 성취도 저하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디지털 교과서가 종이교과서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디지털 교과서 활용이 모든 학생의 학업성취도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라며 “학생 개개인의 성향· 특성을 고려해 학습 과정이나 지원 방법을 개별화해 맞춤형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도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학업성취도를 올리려면 지식·개념에 대한 이해 등 학습 준비도와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데이터를 찾고 분석하는 디지털 문해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지난해 5월11일 기자가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반 학습플랫폼 ‘아이톡톡’을 통해 문제를 풀던 중 마우스를 움직이지 않자 경고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사진=김형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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