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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나는 중학교 3학년 때 한국 뮤지컬을 처음 접한 뒤 “한국에서 뮤지컬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됐고, 1년 반 동안 1대1 과외로 한국어를 “정말 열심히” 배웠다. 뮤지컬의 기본인 노래를 위해 10대 때부터 성악을 배웠다. 외국인 전형으로 서울대 성악과를 졸업한 뒤 올해 뮤지컬배우로 정식 데뷔했다. 현재 이곳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에포닌 역을 통해서다.
일본 뮤지컬시장은 한국보다 더 크다. 그럼에도 루미나가 한국에서 뮤지컬배우가 되기로 마음먹은 것은 한국 뮤지컬만이 지닌 ‘강렬함’ 때문이다. 루미나는 “한국어 발음, 그리고 한국 배우들의 연기에는 일본 뮤지컬에는 없는 강렬함이 있다”고 말했다.
8년 만에 돌아온 ‘레미제라블’의 캐스팅이 공개됐을 때, 가장 눈길을 끌었던 배우가 바로 루미나였다. 뮤지컬 출연 경험이 전혀 없는 신인 배우, 그것도 외국인이 작품의 주요 배역을 맡았기 때문이다. 우려 섞인 반응도 있었지만, 개막 이후 그런 반응은 말끔히 사라졌다. 루미나는 빼어난 가창력에 자연스러운 한국어 실력으로 관객을 매료시켰다.
“캐스팅이 공개된 뒤 ‘외국인이 출연하네?’라는 반응을 많이 받았어요. 대학에서 만난 친구들도 제가 ‘레미제라블’에 출연한다고 하니 ‘진짜야?’라며 신기해했고요. 사실 첫 공연은 기억이 잘 안 나요. 워낙 긴장한 상태로 공연했고, 정신을 차리니까 커튼콜이더라고요. 공연 이후 관객들이 DM으로 ‘인상적이었다’,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는 메시지를 보내줘서 정말 기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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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의 오디션은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이번 오디션에서도 에포닌 역 지원자는 무려 800명에 달했다. 그러나 루미나는 뮤지컬 출연 경험이 없음에도 당당히 실력으로 에포닌 역을 꿰찼다. ‘레미제라블’의 제작사와 창작진이 일찌감치 루미나의 실력을 인정한 것이다.
‘레미제라블’의 에포닌으로 꿈의 작품, 배역을 만난 루미나에게는 이제 새로운 꿈이 생겼다. 한국에서 뮤지컬배우로 쭉 활동하는 것이다. ‘렌트’, ‘위키드’ 등 하고 싶은 뮤지컬이 지금도 무궁무진하다. 뮤지컬배우로 경험을 더 쌓은 뒤에는 ‘레베카’의 댄버스 부인처럼 무게감 있는 역할도 하고 싶단다. 루미나는 “유학 생활을 하면서 ‘한국에 돌아간다’는 표현을 쓰는 게 자연스러울 정도로 한국에 많은 애정이 생겼다”며 “일본과 브로드웨이에서도 활동하고 싶지만, 무엇보다 한국에서 가능한 오래 뮤지컬배우로 무대에 서고 싶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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