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특별취재팀] “고백할 게 있는데 사실 저 ‘여자’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30일 열린 ‘세계여성경제포럼(WWEF)2014’에 기조발제자로 나서 “‘순’으로 끝나는 이름도 여성스럽지만 성격도 여성스럽다”며 말문을 열었다.
친근한 이웃집 아저씨 이미지로 재선에 성공한 박원순 시장이지만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여성성’을 강조했다. 그는 꼼꼼함과 섬세함으로 서울 시민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네 명의 누나와 여동생 사이에서 성장했다”며 “여성 속에서 살다보니 치밀함과 꼼꼼함을 절로 갖추게 됐다”고 고백했다. 이런 성격을 바탕으로 서울시의 각종 보고자료를 스크랩하고 회의 후 메모한 내용을 다시 한 번 정리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꼼꼼원순’씨가 되면서 취임 전 21조원 가까웠던 서울시 부채를 5조6000억원 줄였다”며 “올해 말이면 7조원 가까이 감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꼼꼼함과 세심함은 정책으로도 이어진다”고 말했다. 실제 막대한 투자가 뒤따르지 않아도 세심한 배려와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서울시 여성안정정책’은 인기만점이다. 밤 10시부터 새벽1시까지 안전한 귀가를 책임지는 ‘여성 안심귀가스카우트’제도와 택배 배달부를 위장한 범죄를 막기 위한 독신여성 주거 밀집지역에 안심택배함을 설치한 ‘안심택배’제도가 대표적이다. 작은 비용으로 시민들의 불안감을 줄인 것.
박 시장은 여성 특유의 소통과 공감 능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10리 밖의 이야기도 듣는 방울뱀처럼, 들으려 하는 의지가 있다면 무한대의 청력이 가능하다”며 “서울시가 처음 만든 말인 ‘청책(聽冊)’처럼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100회 가까이 된 서울시 청책토론회에는 11만명의 시민이 참여해 1500건의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박 시장이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것 역시 ‘소통하는 시장’이 되기 위한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얼마 전 발달장애 아이들을 둔 어머니가 서울시 담당국장을 만나 이야기를 했는데 ‘끝까지 경청하고 자기 일처럼 아파하는 모습에 큰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며 “어머니처럼 배려하는 마음과 충분히 들어주는 마음이야 말로 소통의 리더십”이라고 평가했다.
박 시장은 “이제 사회적 배려 차원에서 여성 리더가 필요한 시기가 아니다”라며 “여성의 힘을 바탕으로 사회를 바꿔나가는 리더가 시대를 이끌 것”라고 평가했다.
그는 “개발과 성장 시대엔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추진력이나 남성적인 리더십이 각광을 받았지만 다변화된 오늘날에는 배려와 소통, 꼼꼼함과 세심함의 리더십이 요구된다”며 “여성 여러분, 새로운 서울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