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7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의장국인 러시아로부터 특별한 대우를 받았다. 제2세션 선도발언을 한 것이나 정상회의 종료 후 한·러 양자회담을 가진 것 외에도, 러시아 정부에 몇 대 없는 방탄차를 의전차량으로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정부는 외국 정상 의전용으로 총 6대의 방탄차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G20 회원국 및 초청국 정상과 국제기구 수장들에게 모두 지급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숫자다. 따라서 러시아 정부는 국가간 정상 방문시 방탄차를 제공하기로 상호 약정을 맺은 국가를 우선 챙겼다. 그리고선 나머지 방탄차를 배분하면서 박 대통령에게 1대를 제공했다.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먼저 박 대통령의 서열과 관련이 있다. G20에서는 대통령제나 주석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의 정상이 의원내각제 국가의 총리보다 서열이 앞선다. 박 대통령은 서열 9위지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일부 국가 정상들이 자국에서 방탄차를 공수해오면서 박 대통령에게 차례가 돌아간 것으로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참석자들 가운데 드물게 여성이란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G20 회원국 정상 가운데 여성은 박 대통령과 페르난데즈 아르헨티나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메르켈 독일 총리 등 4명이었다. 국제기구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가 유일했다.
분단국 정상에게 생길 수 있는 만약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했다는 시각도 있다. 북한과 수교국인 러시아 입장에선 박 대통령이 경미한 사고라도 당한다면 상당히 난처한 입장에 처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블리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010년 G20 서울 회의 참석차 방한했을 때 우리 정부가 제공했던 각종 편의에 대한 보답 차원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유가 무엇이든 새 정부가 러시아와의 첫 만남을 기분 좋게 시작한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이로 인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은 물론 박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언급한 ‘부산에서 출발해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가는 철도’ 현실화에도 긍정적인 기류가 흐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연내 방한해 러시아 극동지역 활성화 방안과 북극항로 및 항만 개발협력 등 한·러 경제협력 진전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