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아연 “MBK가 NDA 위반했다”…금감원 진정
쟁점 하나는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과 맺은 비밀유지계약을 위반했는지 여부다. 고려아연 측은 “MBK가 과거 고려아연으로부터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 및 고려아연 기업가치를 전망하는 112페이지 미공개 컨설팅 자료를 넘겨받고 이를 적대적 인수합병(M&A)에 활용해 시장 안정과 거래 질서를 해쳤다”며 “자본시장법 위반에 대한 조사와 검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22년 고려아연 신규 투자를 검토했다. 당시 MBK의 스페셜시튜에이션스(SS) 부문이 고려아연 측으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아 투자를 검토했으나 최종 투자는 이뤄지지 않았다. 고려아연과 MBK 측의 비밀유지계약 기간은 올해 5월로 종료됐다. 고려아연은 MBK 측이 비밀유지계약 기간 내에 경영권 인수를 위해 영풍 등과 접촉했다고 주장했다.
MBK 측은 이에 대해 “사모펀드의 구조를 알지 못해 생겨난 오해”라고 반박했다. 현재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주도하고 있는 건 바이아웃(Buyout) 부문으로, 스페셜시튜에이션스 부문과는 실질적으로 분리돼 ‘차이니스 월’로 내부 정보 교류 자체가 엄격하게 차단돼 있다는 설명이다. 투자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는 투자심의위원회도 각각 분리돼 운영된다고 주장했다.
MBK 측은 “스페셜 시튜에이션스’ 부문이 2년 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사적 친분으로 알려진 관계자로부터 받은 투자 제안 건은 투자 조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지도 않은 채 실무단에서 사장됐다”며 “전혀 다른 투자 부문이 2년 전에 받은 컨설팅 자료를 공개매수에 어떻게 활용했다는 것인지, 고려아연의 주장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MBK “총주주수익률 왜곡한 건 오히려 최윤범 회장”
또 다른 쟁점 하나는 고려아연의 총주주수익률이다. 총주주수익률이란 주주가 투자한 주식에서 얻을 수 있는 총 수익률을 나타내는 지표로, 주가 상승분과 배당금 수익을 모두 포함한 수익률을 말한다. 회사의 성과가 주주의 이익으로 연결됐는지 여부를 보여주는 투자 지표로 꼽힌다.
MBK는 지난 1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최윤범 회장의 취임 이후 고려아연의 본질적 가치 대비 주주가치가 급격히 훼손됐다”며 이에 대한 근거로 “고려아연의 총주주수익률은 2021년 32%였으나 2022년 15%로 하락했고, 최 회장 취임 후인 2023년엔 -5%로 음수 전환했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2023년 총주주수익률이 음수 전환한 것은 맞으나, 올해 8월 다시 양수로 전환했다고 반박했다. 고려아연은 “동종업계 유사 기업의 중앙값과 대비해 최하위권 성적의 주주수익률을 기록했다는 것 역시 어떤 수치를 근거로 했는지 명확하지 않다”며 “(MBK 측이) TSR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증거를 교묘히 짜깁기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MBK 측은 “2022년 12월말 최윤범 회장 취임 이후 첫 ‘1년’이라는 명확한 기준이 있는 기간의 TSR을 비교한 것”이라며 재반박했다. 정보를 왜곡한 것은 오히려 최 회장 측이라는 주장이다. MBK 측은 “올해 1월 대비 8월말 주가가 상승해 TSR이 다시 양수로 전환한 것은 맞지만 이는 3월 정기주총 이후 경영권 분쟁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일시적 상승”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