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道 건설 믿고 입주했는데 청천벽력"…거리로 나온 양평 주민들

김아름 기자I 2023.07.11 17:21:07

[양평고속도로 논란]
전면백지화에 부글부글…서명운동 등 단체행동
양평 수분양자 커뮤니티, 온라인 서명운동 돌입
"마이너스피 속상한데 고속도로까지 무산" 분통
없던 사실 아니기 때문에 과장광고 판단 어려워

[이데일리 김아름 기자] “고속도로가 생기면 서울까지 20분 만에 갈 수 있다는 그 희망으로 기대하고 있었는데 전면백지화라니 이게 웬 청천벽력같은 소식인가요.”

11일 양평 지역에 아파트를 분양받은 수분양자를 포함해 지역 주민은 서울양평고속도로 백지화 관련 온라인 서명을 진행한다. 이날 수분양자와 지역 주민은 양평역에서 첫 번째 궐기대회를 개최하려 했으나 쏟아지는 장맛비에 안전을 고려해 행사를 취소했다.

지난 10일 경기도 양평군청 앞에서 열린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재추진 범군민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참석자들이 고속도로 건설사업 재개를 촉구 서명을 하고 있다.(사진=양평군)
◇집단행동 나선 양평 수분양자

궐기대회를 준비한 관계자는 “비가 많이 내리고 있어 1인 시위조차 여의치 않을 것 같아 깊은 고민 끝에 궐기대회를 연기했다”며 “집회 신고 후 플래카드를 만드는 등 지역민과 수분양자의 목소리를 낼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양평지역에 2020년 분양을 받고 올 초 입주한 A씨는 “지난 2020년 부동산 폭등기에 영끌해서 집을 사던 마지막 행렬에 동참해서 겨우 막차를 탄 게 양평이었다”며 “피가 5000만원 정도 붙었던 것도 잠시였고 지금은 오히려 마이너스피까지 나와 속상한 상황에서 예정됐던 고속도로까지 무산됐다고 하니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실제 이 지역 수분양자들은 온라인 서명운동에 나섰다. 양평 지역 커뮤니티에서 온라인 서명운동을 진행하는 B씨는 “정치적인 어떤 견해에도 치우치지 않고 오직 양평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고 싶은 소시민이 용기를 낸 것이니 많이 도와달라”며 “이런 건 한 번도 해보지 않았지만 여러분이 마음을 모아 주신다면 분명히 잘해낼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군민들의 서명을 받아 군청에 간다”고 각오를 보였다.

◇지난 2020년 ‘풍선효과’로 투자 수요 유입

양평지역에는 지난 2020년부터 2021년까지 분양물량이 이어지며 활발하게 공급이 이뤄졌다. 2020년 9월 포레나 양평을 시작으로 양평 한라비발디 1·2차, 더샵양평리버포레, 양평 다문지구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양평공흥3휴먼빌아틀리에 등이 잇달아 분양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들 지역에 분양이 활발했던 2020년은 6·17부동산대책으로 서울지역에 규제가 강화되자 비규제지역의 풍선효과로 양평이 떠올랐던 시기다. 재당첨 제한이 없고 대출규제가 덜하며 계약 후 6개월 이후에는 무제한 전매가 가능해 투자자의 관심이 높았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0년 9월 기준 양평군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48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0건가량 증가했고 양평군을 제외한 외지 투자매입도 174건으로 같은 기간 87%나 급증했다.

다만 이러한 호황도 잠시, 올 초부터 입주가 시작됐지만 주택경기가 침체하면서 마이너스피가 속속 나오기도 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분양가 3억3210만원~3억5680만원 수준이던 ‘포레나 양평’ 전용 74㎡는 지난 2월 3억393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확장비 1254만원을 고려하면 1000만원 수준이 하락했다. 상황이 이렇자 예정된 분양일정도 밀리고 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양평 라온프라이빗이 올해 분양 계획 물량에는 있는데 아직 분양계획은 미정으로 나와 있다”며 “지금 부동산 시장 상황도 좋지 않고 양평에 이슈도 있어서 올해는 분양을 안 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고속도로 호재’ 과장광고는 ‘글쎄’

특히 분양 당시 서울과 연결되는 고속도로 계획을 내세웠기 때문에 이를 가지고 수분양자들이 분양 주체들에 문제로 삼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당시 건설사들은 “서울양평고속도로가 연결되면 아파트 광역 수요증가가 기대된다” “서울양평고속도로가 개통되면 차량으로 20분대여서 서울 출퇴근도 가능할 전망이다” “예비 타당성 조사중인 서울양평고속도로 등이 분양의 호재다” 등의 문구로 이 지역 분양 아파트를 홍보했다.

전문가들은 이 홍보 문구가 아예 없던 사실을 지어낸 것도 아니고 고속도로 건설의 확정적인 내용이 담기지 않았기 때문에 과장 광고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서울양평고속도로는 실제로 추진이 되다 안된 것이다”며 “없는 사실을 있는 것처럼 광고한 게 아니라서 과장광고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김변호사는 “건설사도 인허가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는 여지를 두긴 뒀을 것이다”며 “분양받은 사람도 이후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고 분양받았기 때문에 분양 계약을 취소하기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