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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방과후 활동으로 배드민턴 수업을 받는 유진은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바삐 향한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먼저 하교해 TV를 보고 있는 동생 휘재에게 유진은 이렇게 말한다. “아 배고파. ○○○○?”>
1)오닭오닭 2)오컴오컴 3)오저치고 4)컴닭컴닭
정답은 3번 ‘오저치고’다.
‘오저치고’의 뜻은 알고 나면 허무할 정도로 간단하다. ‘오늘 저녁 치킨 고(Go)’라는 의미다. 즉 유진은 ‘오늘 저녁 치킨 먹을까’라는 말을 축약 신조어인 ‘오저치고’로 표현했다.
국가 대항전 축구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빠질 수 없는 음식이 있다. 바로 치킨이다. 지난해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경기가 열린 날 주요 국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들의 실시간 검색어 1~10위 대부분은 치킨이었다. 대형 프랜차이즈 치킨 업체들에서 운영하는 가맹점은 경기가 시작하기 몇 시간 전에 일찌감치 품절 사태를 빚기도 했으며 대부분의 치킨집에서 주문 폭주로 ‘배달 대란’에 빠졌다.
치킨 브랜드가 700여 개에 달하고 가구당 일주일에 거의 닭 한마리를 먹는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치킨 사랑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별나다. ‘치킨 공화국’이라고 불리는 대한민국인 만큼 그와 관련한 신조어도 많다. 알고 보면 쉬운 말들이지만 모르면 마냥 어려운 닭과 관련한 신조어들을 10~20대들은 밥 먹듯이 자주 쓴다.
먼저 치킨을 찬양하는 말인 ‘치느님’은 ‘치킨’과 ‘하느님’을 결합한 말로, 국립국어원 개방형 국어사전인 ‘우리말샘’에도 등재된 단어다. ‘치느님’과 마찬가지로 치킨의 높은 위상을 표현한 말로는 ‘당모치’도 있다. ‘당연히 모든 치킨은 옳다’는 뜻이다. 우리 국민의 압도적 배달 1위 음식답게 끊임없이 새로운 소스와 조리법이 개발되는 치킨이기에 메뉴 고르기도 어려운 시대다. 여느 때처럼 선택 장애(선택을 해야 할 때 망설이기만 하고 어느 것도 선택하지 못하는 일)에 빠진 친구에게 주문을 재촉하는 경우에 유용하게 쓸 수 있는 표현이다.
과거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배우 황정민은 해당 프로그램에서 진행된 신조어 게임에서 본인만의 기발한 해석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황정민은 ‘당모치’가 문제로 나오자 본뜻과 달리 “당장 모가지를 비틀기 전에 치워라”는 다소 과격한 답변을 내놔 시청자들의 배꼽을 잡았다.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도 자체 예능 콘텐츠 ‘달려라 방탄’에서 신조어 게임에 임하던 중 ‘당모치’를 “당하고도 모르면 치 바보”라고 말해 촬영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이 밖에도 새로운 치킨 메뉴가 나오면 누구보다 먼저 맛보고 그 맛을 평가하는 사람의 뜻인 ‘얼리어닭터’, ‘가계 소비 지출 총액에서 치킨 지출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 ‘치겔지수’, ‘치명적인 치킨의 매력’이라는 의미를 갖는 ‘치므파탈’, 주요 치킨 브랜드 가맹점들이 밀집한 동네인 ‘치세권’ 등 치킨과 관련한 신조어는 매우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