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2021년 3월 경찰서에 출석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자신이 절도 사건의 피의자이니 와서 조사를 받으라는 것이었다. 연락을 받고 집안을 뒤져보니 못 보던 스마트폰이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기억을 더듬어보니 몇 주 전에 회식하고 집에 돌아온 일이 떠올랐다.
|
A씨가 가지고 내린 스마트폰은 앞서 내린 승객 B씨가 두고 간 것이었다. A씨는 자신의 것으로 알고 스마트폰을 집으로 가져와서 잊고 있었다. 그러다가 경찰이 스마트폰 위치를 추적하고 A씨를 절도죄 용의자로 특정한 것이다. A씨는 스마트폰을 B씨에게 돌려주고 합의했지만, 처벌을 피하지는 못했다. 검찰은 A씨 혐의가 인정되지만 가벼우므로 재판에는 넘기지 않는 기소유예로 사건을 종결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A씨가 의도적으로 스마트폰을 가져갔는지였다. 사실 의심이 가는 대목이 있었다. 그날은 취해서 그랬다고 쳐도 이튿날이면 자신의 스마트폰이 아니라는 걸 알 여지가 충분했다. 그러면 주인을 찾아주는 게 상식이었다. 그런데 A씨가 경찰에서 연락을 받기까지는 사건 이후 몇 주나 걸렸다.
A씨도 할 말이 있었다. 가져온 줄을 몰랐으니 있는 줄도 몰랐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스마트폰이 집안 구석에 처박힌 바람에 줄곧 모르고 있었다. 그날 이후 업무가 몰려 야근을 하고 며칠씩 출장까지 다녀오느라 집안일에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고 했다. 사실 A씨가 절도 의사가 있었다면 스마트폰을 처분했을 수도 있는데 그러지 않기도 했다. 물론 자신이 쓸 요량이었을 수 있지만, 조사 결과 스마트폰이 분실 이후 누군가에게 쓰인 흔적은 찾기 어려웠다.
A씨 주장은 확고했다. 그날 술에 취해 택시를 탔고, 차 안이 어두워서 스마트폰이 자기 것인지도 분간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게다가 도둑질할 마음이 있었다면 이날 택시비를 신용카드로 결제했겠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경찰도 택시비 결제 내역을 역추적해 A씨에게 연락한 것이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사건을 심리한 헌법재판소는 A씨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절도죄의 의도가 의심되기는 하지만 저간의 사정에 비춰보면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을 고려해 이같이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