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이병천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지난 2012년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자신의 논문에 아들 이름을 공저자로 올렸다. 당시 그의 아들은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었으며 해당 연구에는 전혀 기여하지 않았다. 이 교수는 2013년과 2015년에도 자신의 논문에 아들 이름을 넣었다. 이 교수의 아들은 이를 대입 스펙으로 활용, 2015학년도 강원대 수의학과 편입학 시험에 합격했다. 교육부는 2019년 이 교수의 연구부정 행위를 확인하고 강원대에 이 교수 아들의 편입학 취소를 통보했다.
이 교수처럼 미성년 자녀의 이른바 ‘입시 스펙’을 위해 자신의 자녀나 지인의 자녀를 논문 공저자로 올린 사례가 22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14일 국회 교육위원회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 연구부정 판정 결정문’을 분석한 결과 서울대의 검증대상 논문 64건 가운데 22건(34%)이 부당한 저자 표시로 연구부정 판정을 받았다.
이 가운데 자신의 자녀를 논문 공저자로 올린 사례는 4건이며, 동료 교수의 자녀를 공저자로 표기한 경우는 5건이다. 나머지 13건은 지인·친인척 등의 자녀를 공저자로 올린 경우다.
이는 모두 이른바 ‘입시 스펙’ 쌓기가 목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연구·인턴활동 등 비교과영역까지 반영되던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 스펙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서울대 연구부정 22건 중 의과대학에서 벌어진 연구부정이 9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수의과대학 4건, 자연과학대학 4건, 치의학대학원 2건 등이다. 의대 A교수의 경우 자신이 실험실 책임자로 있던 2007년 자신의 자녀를 의학논문 3편의 공저자로 표기했다. 당시 A씨의 자녀는 2007년 한 해 동안 13일만 해당 실험실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 의원에 따르면 국립대 연구부정 사례 중 서울대의 비중이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40개 국립대로부터 제출받은 미성년 공저자 논문 검증 현황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립대에서만 총 45건의 연구부정 사례가 발견됐으며 이 중 서울대가 22건으로 48.8%를 차지했다.
서울대 교수들은 이러한 연구부정 행위에도 솜방망이 처분을 받았다. 연구부정이 드러난 교수 13명 중 10명은 징계 처분을, 나머지 3명은 주의 조치에 그쳤다. 서 의원은 “서울대 교수들은 연구에 기여하지 않은 자신의 자녀를 본인 논문에 공저자로 올리거나 동료 교수에게 부탁했다”며 “또 친인척·지인의 자녀를 공저자로 올려주는 특혜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서울대 교수들의 부당한 논문 저자 표기가 도마에 올랐다. 국감에 출석한 오세정 서울대 교수는 “죄송하게 생각하고 부끄럽다”고 말했다. 국립대 중 서울대의 연구부정 사례가 많은 점에 대해서는 “서울대 교수들이 많이 적발된 이유는 연구진실성위원회가 굉장히 철저하게 조사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징계를 내리지 못하고 경고·주의 처분에 그친 이유에 대해서는 “연구 부정의 징계 시효가 3년이라 시효가 지나 조치하지 못했다”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