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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경기·인천 전역으로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동물단체들이 돼지 살처분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안락사를 통해 고통 없이 살처분 해야 하는 게 원칙이지만 사실상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동물권 단체 케어와 한국동물보호연합은 26일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SF를 차단하기 위한 불법 생매장을 당장 중단하고 법과 메뉴얼이 정한 대로 안락사하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이들은 돼지 살처분 과정에서 안락사가 원칙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케어가 지난 17일 경기도 파주에서 ASF가 발병한 이후 살처분 현장을 직접 확인한 결과, 이산화탄소(CO2)로 안락사하는 과정에서 상당수 돼지들이 다시 깨어나거나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생매장됐다는 것. 살처분 관련 매뉴얼에는 동물을 최대한 고통 없이 안락사한 후 매장하도록 나와 있는데 죽지도 않은 상태에서 땅에 묻히는 돼지들이 허다하다는 것이다.
케어 관계자는 “이 과정을 촬영한 영상과 사진들을 온라인에 공개해 현장의 무방비한 방역 시스템을 폭로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물단체들은 또 정부가 살처분을 용역업체에 맡길 뿐 제대로 된 관리·감독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케어에 따르면 용역업체 관계자가 긴급행동지침(SOP)을 숙지하고 않고 있었다. SOP란 돼지열병에 따른 농장·지역 당국 등이 준수해야 할 메뉴얼로 차량 통제 제한·이동 제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케어 관계자는 “실제 용역업체와 대화를 해보니 SOP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였다”고 설명했다.
케어는 근본적으로 살처분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기충격과 질소 주입 등을 통해 보다 고통이 덜하고 안전하게 안락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동물단체 관계자는 “10년 전부터 안전한 안락사 방법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과거보다 방역 수준과 원칙 준수에 있어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현실을 묻고, 이 모든 재난적 상황과 그에 대한 반복이 모두 정부의 책임”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ASF는 전국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지금까지 총 7군데 지역에서 ASF 확진 판정이 나왔으며, 연천·강화 지역에서 의심신고가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역학조사를 지속하는 한편 중점관리지역 내 차량 출입을 통제하는 등 방역망을 더 강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