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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대선개입' 원점으로…대법, 고법으로 파기환송

전재욱 기자I 2015.07.16 16:27:10

대법, 공직선거법 위반 유무죄 판단은 안해
"증거채택 잘못…조악한 언론기사와 신변잡기 불과"
보석신청 기각돼…원세훈, 구속상태서 파기환송심 재판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대법원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유무죄 판단은 하지 않았지만, 항소심이 증거를 채택한 방식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6일 원 전 원장 등 3명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에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재판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재판은 인정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야 하고, 사실관계를 확정하려면 증거능력에 대한 판단을 먼저 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이 사건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의 능력을 판단해서 국정원 직원들의 사이버 활동이 사실인지를 가린 뒤 정치·선거 관여 의사 아래 이뤄진 것인지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원심은 국정원 직원 이메일을 압수해 얻은 자료를 핵심 증거로 채택해 사실관계를 확정했으나, 이 자료에 증거 능력을 인정한 것은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항소심이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의 활동이 정치관여나 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앞서 사실관계를 확정하고자 채택한 증거가 무효라는 것이다. 형사소송법 제315조에 따라 증거능력을 인정하려면 해당 자료가 업무상 작성하는 일반적인 문서여야 하는데, 항소심이 채택한 증거는 그렇지 않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해당 증거는 출처를 알기 어려운 조악한 형태의 언론기사 일부분에 불과하고, 이러한 자료가 국정원 업무에 어떻게 활용됐는지 알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작성자가 개인적으로 수집한 것으로 보이는 여행과 건강에 관련한 정보와 신변잡기에 대한 내용도 포함돼 있어 해당 증거가 업무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대법원은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의 활동 범위를 적법한 증거를 바탕으로 새로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인의 행위가 정치관여 및 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이 상고심에서 신청한 보석은 기각했다. 이로써 원 전 원장은 구속 상태에서 파기환송심 재판을 받게 됐다. 원 전 원장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을 동원해 특정 후보에 유리한 선거운동을 한 혐의(공직선거법)와 정치에 관여한 혐의(국정원법 위반)로 기소됐다.

1심은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보고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원 전 원장의 혐의 모두를 유죄로 보고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 사건으로 함께 기소된 이종명 전 3차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은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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