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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게, 더 작게…소형 원전에 목매는 이유는

김성진 기자I 2024.06.13 16:28:18

출력 300㎿ 이하…대형 대비 5분의 1
설계·제작 간단하고 건설 공기도 짧아
원자로·냉각재 등 일체형으로 안정성↑
SMR 시장 2040년 3000억달러 성장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한 번 사고가 나면 그 주변이 초토화할 정도로 피해가 커 반대에 부딪히던 원자력 발전이 최근 들어 인류를 구원할 ‘꿈의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다. 기존 대형 발전소 대비 크기를 확 줄여 안전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높이는 방법을 찾아내면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빌 게이츠가 설립한 미국의 원자력 발전회사 테라파워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케머러에서 4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제반 공사에 돌입했다. 2030년까지 SMR 실증단지를 완공하고 상업운전까지 돌입하는 게 목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일체형 소형원자로 ‘SMART’로 구성도.(사진=원자력연구원.)
SMR은 말 그대로 300㎿ 이하의 소형 원자로이다. 기존 대형 원전(1200~1600㎿)과 비교해 출력 규모가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규모가 작은 덕분에 설계와 제작이 간단하다. 크기가 크고 설계가 복잡해 현장에서 건설해야 했던 대형 원전과는 달리 공장에서 80% 수준까지 제작 가능하다. 덕분에 6년 이상 걸리는 공사 기간도 3년 이하로 줄일 수 있다. 모듈로 구성된 원자로 여러 개를 배치하는 방식이라 부지 확보도 용이하고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활용 가능하다.

안전성도 대폭 개선이 기대된다. 기존 대형 발전소는 원자로, 냉각재, 가압기, 증기발생기 등을 배관으로 연결하는 만큼 결함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그런데 SMR은 이들 장치를 모두 한 압력용기에 담아 방사능 유출 위험을 확 줄였다. 또 원자로 크기가 작아 수조에 넣거나 자연대류 방식으로 냉각시켜 버리면 된다.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의 경우 동일본 대지진으로 냉각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하면서 핵연료가 녹아내리는 멜트 다운(Melt down) 현상이 나타났고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유출되는 등 큰 피해를 입혔다.

글로벌 SMR 시장은 오는 2027년 104억달러 규모에서 2040년 3000억달러 규모로 대폭 성장이 예상된다. 신규 원전 중 SMR의 비중도 2030년 30%에서 2050년 50%로 확대가 점쳐진다. 이미 미국, 러시아, 영국, 중국, 일본 등이 SMR 지원 정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향후 8년 동안 한국형 독자 SMR 개발에 총 4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25년 말까지 설계를 완성하고 2028년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해 세계 시장에 진출한다는 목표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2년 100㎿ 출력의 SMR인 스마트(SMART)의 표준설계 인가를 세계 최초로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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