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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의 상인’은 셰익스피어가 1596~1597년에 쓴 작품이다. 젊은 상인 안토니오와 악덕 고리대금업자 샤일록 사이에서 1파운드의 살을 놓고 벌어지는 재판, 그리고 안토니오의 친구 바사니오가 사랑에 빠지는 여인 포샤와의 로맨스를 함께 그린다. 4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연극·영화·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로 변주돼 왔다. 다만 유대인으로 설정된 샤일록에 대한 묘사 때문에 종교·인종 차별적인 편견이 담긴 작품이라는 평가도 함께 받고 있다.
창극 제목은 원작(‘베니스의 상인’)과 달리 ‘베니스의 상인들’이다. 창작진에 따르면 원작에서 종교·인종 차별적인 요소를 과감히 덜어냈다. 샤일록을 악덕 고리대금업자가 아닌 베니스의 무역을 주도하는 대자본가로, 안토니오를 베니스의 소규모 상인들이 모여 만든 상인조합의 리더로 설정해 지금 시대에 보다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풀어냈다.
원작을 새롭게 풀어쓴 김 작가는 연극 ‘목란 언니’ ‘함익’ ‘빵야’ 등 서사가 강한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창극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작가는 “원작을 다시 꼼꼼히 읽어보니 학생 때 ‘베니스의 상인’을 처음 접했을 때와 느낌이 많이 달랐다”며 “희극적으로 마무리되는 음악극인 만큼 종교적, 인종적인 색깔을 덜어내고 샤일록을 보다 강화된 악당으로 만들게 됐다”고 각색 과정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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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원 작곡가와 함께 ‘변강쇠 점 찍고 옹녀’ ‘리어’ 등 다수의 창극에서 작창을 맡았던 소리꾼 한승석, 재즈 드러머 한웅원이 각각 작창과 편곡·음악감독으로 참여한다. 원 작곡가는 “이번 작품은 작창의 비중이 매우 높은 작품”이라며 “판소리 원형의 힘을 그대로 가져가는 만큼 각각의 노래를 이어주는 음악은 록, 팝, 전자음악, 헤비메탈, 재즈 등 대중음악적인 요소를 함께 녹여냈다”고 설명했다.
국립창극단의 간판 스타 유태평양, 김준수가 각각 안토니오, 샤일록 역으로 출연한다. 이 연출은 “샤일록은 뱀처럼 간교하고 영리하고 독한 이미지, 오뚝이처럼 듬직하고 우직하게 모든 걸 이겨내는 이미지가 떠올라 두 배우를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안토니오와 사랑에 빠지는 포샤 역으로는 단원 민은경이 출연한다. 국립창극단 전 단원을 포함한 총 48명의 출연진이 무대에 오른다.
이 연출은 극 중에 등장하는 “밝은 내일이 아장아장하게 걸어오네”라는 가사를 ‘베니스의 상인들’을 잘 설명하는 문구로 꼽았다. 이 연출은 “젊은이들과 여성, 하나로 뭉친 시민이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고 극복하는 서사를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관객과 공유하며 보다 밝은 내일을 맞이할 작품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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