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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F사태 금감원 징계 제동…당국 기조 바뀔까

노희준 기자I 2021.08.27 18:51:25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승..."금감원 무리한 징계"
지배구조법 내부통제 기준 위반 비슷한 징계 영향
신임 금감원장 취임 이후 기조 변화 빨라질듯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해외금리연계파생결합펀드(DLF) 사태 관련 금융감독원의 CEO 징계가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금융업계에서는 DLF를 비롯해 사모펀드 관련 금융사고로 징계를 받았거나 기다리고 있는 다른 CEO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이 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강우찬 부장판사)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DLF 손실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중징계(문책경고)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현행법상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이 아닌 내부통제기준 등 ‘준수 의무’ 위반을 이유로 금융회사나 그 임직원에 대해 제재 조치를 가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금감원의 제재 사유 5가지 중 4가지는 인정하지 않았다. 금감원이 주장한 제재 사유 4가지는 임직원 제재 사유가 아닌 내부통제 준수 의무에 해당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재판부는 우리은행이 소비자 보호를 위해 내부통제기준에 포함시켜야 할 ‘금융상품 선정절차’를 실질적으로 마련하지 않은 것은 제재 사유가 된다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이 처분 사유의 한도에서 다시 제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앞서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DLF를 불완전 판매했고 당시 손태승 우리은행장 등 경영진이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손 회장에게 연임과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는 중징계 문책경고를 내렸다. 금융지배구조법 제24조에서는 금융회사는 법령준수, 건전경영, 주주 및 이해관계자 보호를 위해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손 회장은 금감원 처분에 반발, 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DLF는 금리 등을 기초자산으로 만든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는 펀드다. 2019년 하반기 세계적으로 채권금리가 급락하면서 미국·영국·독일 채권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S와 DLF에서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금감원은 이날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다”면서 “판결문이 입수되는 대로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판단기준 등 세부 내용을 면밀하게 분석해 금융위원회와 긴밀히 협의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 역시 “판결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향후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1심 법원이 손 회장 손을 들어주면서 다른 유사 금융사고 CEO 제재 사안에도 영향이 예상된다. 금감원이 손 회장와 마찬가지로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을 이유로 다른 금융회사 CEO에게 제재를 내렸는데, 1심 법원의 판단처럼 금감원이 제시한 사유가 제제의 법적 근거가 될 수 없는 내부통제 기준 준수 의무 위반에 해당될 수 있어서다.

당장 금감원은 DLF사태와 관련해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당시 은행장)에게도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을 이유로 문책경고 중징계를 내렸다. 함 부회장도 법원에서 이 처분을 다투고 있다. 이밖에 라임이나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판매와 관련한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을 이유로 CEO가 금감원 징계를 당한 곳은 손 회장 건을 빼고도 8곳에 달한다.

‘라임펀드’와 관련해서는 신한은행, 신한금융투자, 신한금융지주(055550), 대신증권(003540), KB증권, 하나은행이, 옵티머스 펀드를 두고는 NH투자증권(005940)이, 디스커버리 펀드 판매와 관련해서는 IBK기업은행이 각각 CEO 징계를 받았다. 이 가운데 하나은행건은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 단계에 있고 나머지 건은 모두 금융위로 넘어간 상태다.

이번 판결로 정은보 금감원장이 취임 이후 예상되는 금감원 감독기조 변화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의 CEO 중징계가 무리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와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임 원장의 취임사처럼 사전적 감독을 통해 금융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법과 원칙에 따른 사후적 제재로 균형감 있게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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