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올해 고점 대비 20% 넘게 빠지면서 약세장(베어마켓)에 진입한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은 저점이 어디일지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여 있다. 특히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은 증권사가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로 손실 폭이 확대될 수 있어 불안감은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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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매매란 투자자가 증권사의 돈을 빌려 매수한 주식(신용거래) 가치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거나 외상거래로 산 주식(미수거래)에 대해 결제대금을 납입하지 못하는 경우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팔아 채권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이때 증권사는 채무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반대매매의 주식 수량과 매도가를 정한다. 따라서 반대매매가 늘어나면 투자자의 손실이 더 커지고 증시도 추가 하락 압력을 받는다. 주식을 다 팔아도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경우인 일명 ‘깡통 계좌’도 속출하게 된다.
신용으로 주식을 샀지만 결제하지 못한 위탁매매 미수금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추가적인 반대매매 가능성을 더한다. 이번주 들어 위탁매매 미수금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9일 1822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10일 2155억원, 11일 2968억원으로 증가했다. 12일은 2578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개인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돈을 의미하는 신용융자잔고도 감소하고 있다. 이는 투자자들이 빌린 돈을 갚은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증권사가 반대매매한 금액이 빠져나간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3월 이후 12일까지 총 2524억원의 신용융자잔고가 줄었고 12일 하루에만 1084억원의 신용융자가 정리됐다. 이날 기준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신용융자잔고는 10조 260억원을 기록해 이는 지난해 말 9조원 규모였던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증시 폭락세가 이어지면서 급감하는 추세를 나타나는 셈이다.
반대매매는 손실 폭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만큼 변동성이 극단으로 치닫는 현 상황에선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의도치 않은 비자발적 투매인 반대매매가 쏟아지다 보면 추가적으로 주가가 빠지고 또 반대매매를 하게 되면 장이 안 좋아지는 악순환에 갇히게 된다”며 “빚을 내서 산 종목이 펀더멘털이 취약한 테마주면 최악을 결과를 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투자 전 종목의 신용담보비중을 확인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빚을 낸 투자자가 많은 종목일수록 반대매매에 따른 폭락에 더 노출되기 때문이다. 13일 기준 코스피에서 신용잔액 비중이 가장 큰 종목은 디피씨(026890)로 12.8%다. 써니전자(004770)(10.47%)와 한창제지(009460)(10.16%)도 10%가 넘는다. 코스닥에선 10%가 넘는 종목이 12개나 된다. 미코(059090)(12.6%)와 덱스터(206560)(11.21%), 메가엠디(133750)(11.19%), GH신소재(130500)(11.03%)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