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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7시15분께 청와대를 나서 오후 7시40분쯤 사저에 도착했다. 검은색 에쿠스 차량을 타고 온 박 전 대통령은 예상과 달리 얼굴에 웃음을 띤 밝은 모습이었다. 박 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해 11월29일 제3차 대국민담화 이후 103일 만이다.
朴, 전 참모진들과 미소 지으며 인사나눠
차에서 내린 박 전 대통령은 마중 나온 전 참모진과 악수를 하며 인사했다. 허태열·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과 자유한국당 소속 김진태·민경욱·서청원·윤상현 의원 등 측근들이 이날 사저 앞으로 집결했다.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보이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대리인단 소속 손범규 변호사도 눈에 띄었다.
박 전 대통령 참모들과 인사를 마치고서 “대통령”을 외치는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웃는 얼굴이었다. 지지자들을 향한 공개발언은 없었다. 지지자들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무효” 등을 외치며 화답했다. 일부는 “얼굴이 상했다” “언론 탓이다” 등을 연발하며 울었다. 박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을 뒤로하고 7시46분 정도 돼 사저 안으로 들어갔다. 그럼에도 일대에 함성은 끊이지 않았다.
기대했던 공개발언은 없었지만 직후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민 의원의 입을 빌린 짧은 입장 표명이 나왔다.
민 의원이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기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믿고 성원해준 국민여러분께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결과는 안고 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지자들이 “탄핵 불복” 등을 외치면서 환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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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저 인근은 이날 이른 시각부터 박사모와 엄마부대 등 지지자들이 모여들면서 태극기로 뒤덮였다. 미국 국기 성조기도 많이 눈에 띄었다. 동네 주민은 사저로 들어가는 대로변에 박 전 대통령을 응원하는 현수막과 푯말 등을 마련해두기도 했다.
주변이 주택가가 밀집한 일방통행 도로인 데다가 적어도 수백 명의 지지자와 치안 유지를 위한 경찰력, 취재 인파, 인근 주민까지 대거 몰리면서 일대 혼란이 일었다. 이날 오전까지는 수백 명에 그쳤던 지지자들은 박 전 대통령의 사저 도착이 다가오면서 1000여명까지 불어났다.
지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 등을 손에 들고서 애국가와 군가로 추정되는 노래를 불렀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무효”, “대한독립 만세” 등 구호가 이어졌다. 가벼운 입씨름부터 격한 몸싸움까지 충돌이 계속됐다. 취재진을 향한 “고영태나 취재하라”, “쓰레기 언론” 등 폭언이 이어졌다. 일부 취재진을 향해서는 물리적 충돌 등 폭행까지 자행됐다.
지지자들도 크고 작은 갈등을 겪었다. “더 크게 태극기를 흔들어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한쪽에서는 울음을 터뜨리는 등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중년 여성도 있는가 하면 일부는 통곡 끝에 길에 주저앉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촛불 지지자 아니냐”는 피아식별도 끊이지 않았다. 이날 오전에 일부 참가자들은 ‘박근혜 탄핵. 정의가 바로 선 대한민국’이라는 팻말을 들고 사저 주변으로 걸어오던 시민과 충돌하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문모(64)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위험에 빠진 상황에서 검찰도 경찰도 믿을 수 없다”며 “애국 세력이 박 대통령의 안전을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 “지지자들 시위 등으로 고통”
일대 주민은 불편한 내색이었다. 사저 근처의 아파트에 거주하는 것으로 보이는 한 주민은 취재진과 인파가 단지 내부로까지 밀려들자 “이곳에서 나가라”고 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 이모(28)씨는 “막무가내로 남의 집 앞에 와서 확성기로 소리를 질러서 고통스럽다”며 “이전에는 대통령 옆집에 산다는 게 자랑스러웠는데 앞으로 이런 일이 계속될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주민 정성민(33)씨도 “조용하던 동네가 갑자기 날벼락을 맞았다”며 “주민 몇 명이 민원을 넣고 있지만 역부족이다”고 토로했다.
크고 작은 불편을 계속될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당분간 사저 주변에 모일 계획이다.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쪽의 자유통일유권자본부 관계자는 “강남경찰서에 사저 앞에서 4개월 동안 집회신고를 했다”며 “오늘은 신고 접수가 안 됐지만 주말 이후인 오는 13일부터 집회가 허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박 전 대통령의 퇴청은 이르면 13일로 예측됐으나 예정보다 빨리 삼성동으로 돌아왔다. 사저는 지난 10일 헌재 선고 이후 정비작업에 들어간 상태로 전날까지 고장 난 보일러 수리와 도배 공사, 가전제품 등이 설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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