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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이번에도 ‘공직사회와의 전쟁’이다. 연금개혁에 이은 또다른 박근혜정부의 숙원사업인 노동개혁 역시 그 칼날이 민간이 아닌 공공에 일단 맞춰지고 있다. 정부는 노동개혁의 핵심인 임금피크제를 전(全) 공공기관을 넘어 공무원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어느새 특권화됐다는 평가를 받는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부터 개혁돼야 한다는 기류가 읽힌다. 다만 사기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공직사회 내부의 볼멘소리도 커지고 있다.
◇인사혁신처, 공무원조직 대상 임금피크제 등 검토중
29일 여권에 따르면 인사혁신처는 추후 공무원연금 개혁에 따른 ‘공무원·교원의 인사정책 개선방안 협의기구’에서 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공무원연금법 개정으로 연금 수급연령이 60세에서 65세로 연장된 만큼 5년간의 소득공백을 해소하는 차원에서다.
인사혁신처 인사정책과 관계자는 “소득공백 해소라는 의제에 따라 (임금피크제나 재고용 등이) 논의될 수 있다”고 했다. 여권 노동개혁의 불똥이 공공기관을 넘어 공무원조직에까지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그래서 나온다.
공무원노조총연맹 관계자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임금피크제 도입 논의는 공공기관,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한 여권 노동개혁과 맞물릴 것”이라면서 “공무원연금과 정년이 연동돼야 하는 것은 대원칙이므로 임금피크제는 반대한다”고 했다. 다만 또다른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연금과 정년이 함께 가야 한다는 원칙은 없다”고 했다. 벌써부터 올해 상반기 연금개혁에 버금가는 파장이 예고된 셈이다.
공공기관들에게 임금피크제 도입은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 정부는 앞서 지난 6월 제1차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안을 통해 올해까지 316곳 전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했고, 실제 주요 공공기관들은 본격 협상에 돌입한 상태다.
임금피크제는 일정 연령을 기준으로 임금을 조정하고 일정 기간의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다. 다만 임금피크제 같은 임금체계 개편은 노동법상 노사 자율로 정해져야 한다. 민간기업에는 노조의 협조가 반드시 있어야 가능하다. 이 때문에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 도입을 경영평가와 연계해 사실상 강제한 뒤 민간에도 이같은 분위기를 확산시키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여기에는 공무원도 자유롭지 않다는 속내도 있다.
박근혜정부가 중점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공직사회와 날을 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상반기 홍역을 치른 공무원연금개혁이 대표적이다. 세월호 사건에 따른 후속조치인 관피아방지법도 공무원조직에 충격파를 몰고 왔다.
◇여권 일각서 공직 개혁 불가피 기류…당사자는 불만
여권에서는 공무원과 공공기관의 개혁은 불가피하다는 분위기가 있다. 국가적인 구조개혁을 위해서는 공공부문부터 앞장서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비(非)관료 출신 여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공무원조직의 일하는 방식 등에 대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다만 정작 개혁의 당사자들은 불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또다른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박근혜정부의 개혁은 일단 공직사회부터 팔을 비트는 걸로 시작됐다”면서 “노동개혁을 앞두고서는 폭풍전야의 상태”라고 했다.
공공기관 한 관계자도 “요즘같은 시대에 노동시장 자체를 유연하게 한다는 것을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무조건 공공부문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공공기관 부채감축과 방만경영 해소 때 욕을 많이 들어 사기가 극심하게 저하돼있다”면서 “임금피크제까지 도입하는 건 결국 월급이 더 줄어드는 것이어서 사기가 더 떨어지고 있다”고 했다.
박영원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은 “향후 공무원 정년연장과 연계된 임금피크제 등은 많은 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정부는 임금피크제의 재정절감 효과가 예상보다 그리 크지 않다는 점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