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환기업 워크아웃 앞두고 돌연 법정관리 신청

송길호 기자I 2012.07.16 22:55:15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기업재무구조개선(워크아웃)에 착수했던 삼환기업이 3일만에 전격적으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삼환기업의 갑작스런 법정관리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법정관리 철회를 위한 긴급 협의에 착수했다.

16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삼환기업은 이날 오전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원은 일단 삼환기업의 상거래 채권 등 각종 채무를 동결 조치했다. 이에 따라 삼환기업은 법원의 허가 없이 재산처분이나 채무변제를 할 수 없고 삼환기업에 대한 채권자들의 가압류, 가처분, 강제집행 등도 금지된다.

지난 1946년 설립된 삼환기업은 2010년 시공능력순위 26위, 지난해 29위 등을 기록한 중견건설업체다. 그러나 2008년 이후 금융위기 등에 따른 건설경기 불황으로 매출채권이 부실화됐고 최근 저축은행 사태로 금융기관으로부터 추가적인 운영자금을 대출받지 못해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어왔다.

이에 따라 지난 6일 채권단이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 대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신용위험평가’에서 C등급을 받았고 11일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삼환기업 측은 “이번주 120억원어치 어음의 만기가 두 차례 돌아오지만 현재 보유한 현금이 54억원에 불과해 어쩔 수 없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이날 공시를 통해 밝혔다.

금융계 일각에선 삼환기업이 금융당국과 채권단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법정관리를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상거래 채권이 탕감돼 CP 투자자가 손해를 보게 되고 하청업체들까지 자금난에 시달리게 된다. 금융당국으로선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삼환기업의 하청업체는 700여개에 달한다.

금융권에서는 삼환기업이 대주주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법정관리를 악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워크아웃은 감자 후 출자전환 등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거치는 과정에서 대주주가 경영권을 상실하는 경우가 많지만 법정관리의 경우 배임이나 횡령 혐의가 없는 대주주의 경영권은 인정해준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업의 재무구조를 건전하게 만들어 정상화하자는 워크아웃 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면서 “법정관리로 채무를 동결하고 경영권을 지키려는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하청업체의 줄도산 등 파장이 예상되자 금감원과 채권단이 긴급 진화에 나섰다.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이날 오후 삼환기업과 긴급회의를 열고 신규자금 지원과 법정관리 철회 문제를 논의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하청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며 “자금공급 방안이 마련되면 삼환기업도 법정관리를 철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채권단은 오는 19일 채권은행협의회에서 지원방안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삼환기업 관계자는 “타이밍이 안 맞아서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된 것일 뿐 자금 지원이 신속하게 이뤄진다면 언제든지 신청을 철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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