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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폐기 논의, 전북은 축소’…위기의 학생인권조례

김형환 기자I 2023.04.17 16:20:04

조례 시행 7곳 중 4곳 폐·개정 움직임
전북, 교육인권조례로…“사실상 축소”
“교권 추락 주범”vs“과거로의 퇴행”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학생인권조례가 도입 10여년 만에 존폐의 위기에 놓였다. 전북에서는 학생인권조례가 교권보호조례와 묶여 축소돼 개정됐으며 서울에서는 시의회가 폐지안을 논의하고 있다. 충남에서는 보수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폐지 청구를 완료했으며 경기는 연내 개정을 완료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학생인권조례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4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안 수리는 위법이다’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뉴스1)
◇7곳 중 4곳 폐지 또는 개정

17일 이데일리의 취재를 종합하면 학생인권조례를 시행 중인 7개 시도 중 4곳에서 폐지 또는 개정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이 성별·성적지향·가족형태·종교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도록 규정한 것으로 체벌금지·소지품검사금지 등을 이끌었다. 진보 교육감들의 대표적 공약으로 등장한 학생인권조례는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2010년 전국 최초로 조례안을 제정했다. 서울 등지로 확대됐다가 현재는 경기·서울·광주·인천·전북·충남·제주 등 7개 시도에서 시행되고 있다.

시행 13년 만에 학생인권조례는 교권 침해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등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에 전북도의회는 지난 14일 임시회를 열고 전북도교육청이 발의한 전북교육인권조례안을 통과시켰다. 기존에 있던 학생인권조례에 교권보호 관련 내용을 더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학생인권 증진을 위한 기구 설치 등 조항이 삭제되며 기존 학생인권조례보다 후퇴된 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역시 연내 학생인권조례를 개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임 교육감은 지난 1월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학생인권조례에 (학생의) 책임을 분명히 명시해 어겼을 때 책임을 지도록 하려고 한다”며 연내 조례를 개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13일 서울학생인권조례폐지안을 김현기 시의장 명의로 발의하고 교육위원회에 회부했다. 이는 지난해 8월 보수 기독교·학부모단체가 시민 6만4000여명의 서명이 담긴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시의회에 제출함에 따른 절차다. 충남남 역시 보수 시민단체가 시민 2만1000여명의 서명이 담긴 폐지 청원안을 도의회에 제출했다.

(그래픽=김형환 기자)
◇“교권 추락”vs“과거 퇴행”

학생인권조례가 도입된 이후 학생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며 교권이 무너졌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9월 성인 남녀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교권침해가 심각하다’ 또는 ‘매우 심각하다’라는 응답이 2188명(54.7%)에 달했다. 이 중 937명(42.8%)은 교권침해의 이유로 ‘학생 인권의 지나친 강조’를 꼽았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권본부장은 “학생인권조례가 일부 학생들에게 악용되고 있으며 교사는 조례 앞에 아무런 대처를 못하는 무력한 존재로 전락했다”고 평가했다.

학생인권조례 폐지 또는 개정은 과거로의 퇴행이라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충남도교육청이 지난 2월 발표한 ‘2022 충남 학생인권실태조사’에 따르면 학생 5890명 중 3564명(60.5%)이 ‘학생인권조례가 학생인권 보장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1월 학생 인권의날 기념식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은) 올바르지도 정의롭지도 않다”며 “과거로 되돌아가는 것은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간 권위주의적이던 학교가 조례로 인해 상당히 변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교육계에서는 약 10년 넘게 이어온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명확한 평가를 진행하고 이에 따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인권조례가 문제가 있다고 해서 갑작스럽게 없애기보다 조례의 효과를 종합적으로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며 “종합적 연구를 통해 장단점을 뽑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방향성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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