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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조달러(1207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계획안을 준비 중인 가운데 미 투자자문회사 더프 앤 펠프스(Duff&Phelps)의 존 크레스웰 상무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 CNN방송을 통해 내놓은 전망이다. 미 정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제어와 11월 미 대선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만큼 연내 인프라 법안을 처리할만한 여유가 없다는 의미다.
◇정치권·전문가 ‘모두 동의’…시기도 적절
이른바 ‘초당파적’ 사안으로 불릴 정도로 인프라 재건은 미 정가에서 ‘툭’ 하면 나오는 얘기지만 아직 트럼프 행정부 들어 실천에 옮겨진 적은 없다. 4년 전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 모두 인프라 재건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앙숙’인 민주당의 서열 1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인프라 법안에 매우 긍정적이다. 민주당 소속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물론이고, 공화당의 로이 블런트(미주리)·로저 위커(미시시피) 상원의원도 마찬가지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전통적인 사회간접자본(SOC)에 5세대(5G) 무선 인프라와 농촌지역의 광대역 통신을 확충하기 위해 1조달러(1207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계획안을 준비 중이다. 민주당도 5년간 5000억달러를 들여 도로, 교량, 기후변화 등에 투자하는 자체 법안을 내놓은 상태다.
전문가들도 인프라 법안이 작금의 침체에 빠진 경기를 ‘V’자 형태로 반등시킬 최적의 방안으로 꼽고 있다.
손성원 SS이코노믹스 대표 겸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는 “인프라 투자는 국가 경제에 필요한 부분이며, 건설이라는 게 인건비와 재료가 많이 들어간다”며 공항이나 도로·항만 같은 기반시설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촉구해왔다.
애곤 자산운용의 프랭크 라이빈스키 수석 거시 전략가도 “인프라 투자는 미국인들에게 꾸준한 급여를 주는 것 이상으로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크레스웰 상무는 “장기적 가치를 지닌 무언가를 짓는 데 돈을 쓴다면 모든 미국인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며 “무선 인프라 회사부터 유틸리티 회사까지 다양한 기업들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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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재선 땐 50%·바이든 집권 땐 70%
문제는 미국의 정치권이다. 공화·민주 모두 서로를 향해 인프라 재건을 자칫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인프라 법안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發) 충격에 맞선 ‘미 경제의 재건’에 맞춰진 만큼, 어느 쪽이 이 법안의 주도권을 잡느냐에 따라 11월 미 대선에 미칠 파급력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간 치열한 ‘수 싸움’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재로선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는 것 같지만, 어느 지역에, 어느 규모로 자금을 투입할지 등 각론으로 들어갈 경우 합의가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우려는 그래서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4월 트럼프 행정부와 민주당은 미국 내 노후화된 철도, 교통, 통신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해 25년간 2조달러 규모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한다는 데 전격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는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까지 거론하며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을 때였고, 결국 민주당 지도부와의 회동에서 격분한 트럼프 대통령이 5분 만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며 논의는 완전히 중단됐었다.
따라서 현재로선 오는 11월3일 대선 이후에나 인프라 법안이 통과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선이다.
연내 인프라 법안 통과 가능성을 30%로 점친 크레스웰 상무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이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50%이며, 반대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정권을 탈환한다면, 그 가능성은 70%로 올라갈 것”이라고 봤다.
JP모건 펀드의 데이비드 켈리 수석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정권 탈환은 물론, 상·하원까지 싹쓸이할 경우 새 행정부는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를 줄이는 동시에 인프라에 대한 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