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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전 대표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는 기억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지만, 2년 전 오늘(24일)은 바른정당을 창당한 날”이라며 “바른정당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지만, 바른정당의 창당정신은 그대로 남아 있고 그 생각은 여전히 소중하다”고 소회의 글을 올렸다.
같은 바른정당 출신이자 초대 대표를 지낸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 역시 ‘2년전 오늘’을 그리워했다. 정 의원은 “바른정당 창당의 깃발, 바른미래당 통합의 깃발을 든 한 사람으로 (현 상황이) 참담하기만 하다”며 “그러나 여기서 멈춰 설 수는 없다. 바른정당의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글을 남겼다.
합당한 상태에서 그 전 정당을 그리워 하는 모습은 정치권에서 이례적인 모습이다. 바른미래당의 전신의 한 축인 옛 국민의당의 창당일은 2016년 2월 2일이다. 하지만 당 유력인사 중 국민의당 혹은 정신을 그리워했다는 발언은 찾기 힘들다.
정치권에서는 유 전 대표의 발언 속에 복잡한 속내가 담겨있다고 분석한다. 우선 바른미래당 안에서 보수정치의 꿈을 이룰 수 없다는 좌절감이다. 현재 바른미래당은 바른정당보다는 이념상 좌측, 전체적으로 중도에 있는 상황이다. 특히 평화 이슈에 있어 차이가 크다. 유 전 대표는 과거부터 북한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하지만 바른미래당 안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선을 따르고 있는 호남계 의원이 가장 큰 세력을 형성하고 있어 간극이 크다.
또 하나는 현 보수세력의 상황이다. 현재 보수세력의 맏형격이라 할 수 있는 자유한국당은 지난 원내대표 선거부터 현재 전당대회 구간까지 강한 ‘친박(근혜)세’를 보이고 있다. 만약 차기 한국당 당대표로 친박성향 인사가 당선되면, 유 전 대표으로서는 보수통합이나 한국당 복귀 어느 것도 주창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사실상 정치인 유승민의 미래의 선택지가 줄어드는 것이다.
유 전 대표는 내달 초에 열릴 바른미래당 의원 연찬회에 참가할 계획이다. 유 전 대표는 불과 지난달까지만 해도 당 노선이 맞지 않아 ‘괴롭다’고 이야기를 했다. 유 전 대표가 연찬회에서 목소리를 낸다 해도 당의 색깔이 그가 원하는대로 바뀌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유 전 대표는 뚜렷한 해법이 없는 사면초가 상황에 놓였다”면서 “바른미래당에서 승부수를 낼 수밖에 없다면 유 전 대표의 지향점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