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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내년부터 연기금이 현물과 선물간 차익거래 목적으로 코스닥 상장 주식을 매도할 경우 증권거래세(0.3%)가 면제된다. 현재 차익거래 시장엔 우정사업본부만 참여하고 있다. 우본의 일평균(지난해 4월~12월 20일) 차익거래 규모는 코스피에선 2006억원, 코스닥에선 109억8000만원으로 코스닥이 코스피의 18분의 1에 불과했다. 정부는 연기금이 코스닥 시장 차익거래에 합세할 경우 코스닥 시장에 유동성 공급과 가격 발견 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10년만에 증권거래세 면제가 부활됐지만 코스닥 시장으로 제한돼 연기금 자금이 코스닥으로 유입될 수 있을지 의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차익거래 하는 기관이 우본 하나인데 이를 통해 버는 수익이 연 수익의 1~2%에 불과하다”며 “워낙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차익거래를 할 수 있는 담당 매니저를 구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우본 역시 코스닥은 유동성이 낮아 차익거래가 어렵고 투기 종목은 거래가 제한되는데 코스닥에선 수시로 투자경고, 투자유의 등이 나와 수익과 관계없이 청산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코스닥으로의 유동성 증가와 부실 기업 솎아내기 등이 차익거래 유인의 중요 과제가 될 수 있단 분석이다.
◇ “코스닥 매력 높아지면 투자 늘 것”..벤치마크 변경은 그 다음 일
연기금이 위탁운용사에 벤치마크 지수로 코스피와 코스닥 종목이 혼합된 ‘KRX300’이 사용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KRX300내 코스닥 종목이 68개 편입되는 만큼 코스피200을 벤치마크로 사용할 때보다 코스닥으로의 자금 유입이 증가하게 된다. KRX300은 전체 시가총액의 85.6%를 커버할 뿐 아니라 최근 5년간 평균 수익률이 5.1%로 코스피200(4.5%)보다 소폭 높다. 또 연기금이나 공제회 등의 요구로 코스피·코스닥 통합 중소형주 지수도 6월 개발되는 만큼 벤치마크 지수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중소형주 지수엔 코스닥 종목이 더 많이 편입된다. 또 연기금 등이 ‘코스닥 투자형’을 위탁 운용하도록 권고할 방침이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벤치마크 지수 여부와 관계없이 코스닥이 돈이 된다면 하는 것이고 아니면 안 하는 것인데 지금은 좀 더 잘 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시장이 긍정적으로 조성된다면 차후엔 벤치마크 지수 등도 변경할 수 있지 않을까 사료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제회 관계자는 “정부가 코스닥 기업에 저리로 융자해주고 세제혜택을 주는 식으로 해서 육성하고 그런 효과로 기업가치가 높아질 것 같으면 자연히 투자가 늘어나는 것인데 돈이 있으니까 여기에 투자하라는 식으로 하는 것은 선후가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연기금이 위험이 높은 코스닥 시장에 투자를 늘리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국민연금의 지난해 9월말 국내 주식투자 125조원 중 코스닥 투자는 2%인 2조7000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정부는 코스닥 기업 특성상 위험감내능력이 있고 장기투자성향을 가진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참여가 중요하단 입장이다. 박정훈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채권이나 해외주식, 대체투자라고 다 안전하진 않다. ‘안정성’이란 것은 포트폴리오 구성에 달려있는 것”이라며 “코스닥도 연기금이 투자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구성에서 하나의 투자 자산이 될 수 있게끔 이번 대책을 통해 좋은 투자처를 만든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