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올 하반기부터 공식 출범할 예정인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투자은행(IB)이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 4파전으로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증권은 금융투자업 인가를 위한 대주주 요건을 갖추지 못해 다른 4개 증권사보다 9개월 늦게 초대형IB 인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證, 자기자본 4조원은 갖췄는데 9개월간 발 묶였네
1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삼성증권 대주주인 삼성생명은 자살보험금 미지급(시정조치됨)과 관련해 기관경고 조치를 받았다. 당초 금융감독원은 약관과 달리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단 삼성생명에 3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가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선언하자 기관경고로 징계를 완화한 것이다.
삼성생명의 징계 수준은 자회사인 삼성증권의 초대형IB 진출과 직결된다. 금융투자업규정에 따르면 대주주가 금융기관인 경우 최근 1년간 기관경고 조치를 받거나 최근 3년간 시정명령, 업무정지 이상을 받은 경우 금융투자업 인가가 제한된다. 즉 삼성생명이 당초 제재수준인 업무정지를 받았다면 삼성증권은 초대형IB 진출이 3년간 제한된다. 그러나 제재수준이 하향 조정되면서 삼성증권은 1년 뒤인 내년 3~4월경에라도 초대형IB 인가를 받을 수 있게 된 것. 삼성증권은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이 기관경고 제재를 받을 것이란 언론보도가 있었다”며 “이 경우 발행어음 등 신규사업 인가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제재 결정이 알려진 16일 삼성증권은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3383억4516만원의 자금이 납입돼 초대형IB 요건인 자기자본 4조원(4조1000억원 수준)을 갖추게 됐다.
어쨌든 삼성증권은 여타 증권사보다 9개월 가량 늦게 초대형IB 인가를 받게 되면서 발행어음 판매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 김고은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대부분의 대형증권사가 3분기 중 관련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라 삼성증권은 수익화가 늦어지며 시장 경쟁에 뒤처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나머지 4곳은 NIM 2% 이상 날만한 투자처 찾기 고심
이미 4곳의 대형증권사들은 발행어음 판매 및 투자처 확대를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순이자마진(NIM)이 최소 2%는 돼야 수익성이 나는 만큼 유동성이 좋으면서도 평균 2% 이상 수익률이 나는 투자처를 고심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발행어음이 1년만기이기 때문에 일단 자산의 유동성이 좋아야 하는데 AA등급의 채권(발행시장은 가능)은 너무 금리가 낮아 메자닌(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투자 등이 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신용공여도 늘릴 것으로 보인다. 2013년 3조원의 자기자본을 갖춘 대형IB 5곳은 자기자본의 10%인 2조원만 기업신용공여에 썼다. 그러나 초대형IB의 경우 NCR(순자본비율=(영업용순자본-총위험액)/필요유지 자기자본)에서 총위험액 산정시 대출채권 전액을 차감하지 않고 신용등급에 따라 차등 차감(0.25~12%)키로 한 만큼 신용공여 확대에 따른 NCR 기준 미달 우려도 크게 감소한 상황이다.
한 쪽에선 발행어음 조달액의 10%로 제한된 부동산 투자를 30%까지 늘리는 방안을 금융당국에 요청하는 등 수익률 확대를 위해 고심하고 있다. 금융당국에선 부동산 투자비율을 소폭 완화할 가능성이 있지만 발행어음 만기가 1년밖에 되지 않아 유동성이 떨어지는 부동산은 투자처로서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연구원은 “발행어음사업은 판매보단 운용을 위한 투자자산 발굴이 더 중요한 영역”이라며 “이에 따라 (삼성증권이 초대형IB 진출) 9개월 지연에 따른 중장기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