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군인 "죄송합니다"…시민에 고개숙여 사과한 후 떠났다

김민정 기자I 2024.12.04 10:25:29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국회 본청 건물에 투입된 무장 계엄군 청년이 시민에게 고개 숙인 뒤 철수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4일 허재현 리포트액트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개 숙인 한 계엄군인의 사진을 올리면서 “오늘 항의하러 국회 앞으로 몰려온 시민들에게 허리 숙여 ‘죄송합니다’라고 말해주고 간 이름 없는 한 계엄군인이 있었다”고 했다.

(사진=SNS 갈무리)
허 기자는 “한눈에 봐도 너무나 반듯하게 생긴 그 계엄군 청년”이라며 “안경 너머 비치는 맑은 눈동자에 그만 저는 모든 분노가 사라지며 한없는 안쓰러움과 고마움을 함께 느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쫓아오는 저에게 한 번, 두 번, 세 번 거듭 절을 하며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던 그 짧은 순간, 당신의 진심을 느꼈다. ‘우리는 민주주의의 같은 편’이라고 말하는 듯한 그 진심을”이라며 “민주공화국의 새벽을 지켜준 당신의 한마디를 평생 기억하겠다. 부디 건강하게 군 복무 마치고 건강한 청년으로 우리 사회에 돌아와 달라. 고맙다”고 덧붙였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당신은 아무 잘못 없다” “저들이 무슨 잘못인가 눈물 난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명령에 따른 군인들은 아무 잘못 없지” “할 일 한 것뿐.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 게 군인인데 잘못한 것 없습니다” “진짜 눈물 나네. 내 아들이 저기 있다 생각해봐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지난 3일 오후 10시 30분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4일 0시 27분 계엄군이 국회 본관 정문 진입을 시도하며 야당 의원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어 오전 0시 38분 무장 계엄군 일부가 국회 본관 진입을 시도하면서 의자 등으로 바리케이트를 친 국회 보좌진들과 대치했다.

계엄군들은 2층 국민의힘 당 대표실로 연결된 유리창문을 깨고 외부에서 강제 진입했고, 당직자들은 계엄군을 향해 소화기를 분사하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하지만 국회가 본회의를 열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키면서 계엄군은 오전 1시30분께 국회 5·6문을 통해 철수를 시작했고 시민들이 길을 터주면서 별다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정부는 윤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를 거쳐 4시30분부로 비상계엄을 해제했다. 군은 4시22분부로 계엄사무에 투입된 병력을 부대로 복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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