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프가 오르고 강달러까지…화장지·기저귀값 오를까

노희준 기자I 2024.06.26 16:54:09

수입 펄프가격 6월 t당 895달러
석달째 상승이자 최고가 87% 치솟아
해상운임 급등, SCFI지수 3475...11주째 상승
원달러 환율, 두달여만에 1390원대...1400원대 코앞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종이 주원료인 펄프 수입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1400원대를 겨냥하면서 제지회사의 원가 압박이 커지는 형국이다. 종이류 소비자가격의 상승이 이어져 소비자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자료=산자부)
2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 남부산 활엽수 펄프(SBHK)의 6월 평균 가격은 t당 895달러로 전월 대비 4.07% 올랐다. 전월(4.88%)보다 상승률은 둔화됐지만 지난 4월에 이어 석 달째 상승이자 52주 최고가다. 6월 펄프 가격은 전년동기대비 58.4%, 연초 대비로는 14.01% 뛰어 역대 최대치인 2022년 8월(1030달러)의 86.9%까지 올랐다.

펄프는 종이의 주 원재료다. 복사지, 인쇄지, 화장품 등의 종이 포장재, 화장지, 기저귀 등에도 모두 펄프가 쓰인다. 국내에서 펄프를 생산하는 곳은 무림P&P(009580)밖에 없다. 한솔제지(213500)는 물론 무림페이퍼(009200)·무림SP(001810) 등은 펄프를 상당 부분 수입한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 추이(자료=SCFI, 한국관세물류협회)
펄프값 인상 원인으로는 우선 해상운임 급등이 꼽힌다. 예멘 친이란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공격한 ‘홍해사태’와 지난 3월 미국 최대 수출입항인 메릴랜드주 볼티모어항 대교 붕괴 후폭풍으로 펄프를 수입하는 컨테이너선이 우회로를 찾는 과정에서 운항거리가 길어진 것이다.

한국관세물류협회에 따르면 해상 운송 항로 운임 수준을 뜻하는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지난 21일 기준 3475.6으로 11주째 상승세다. 연초 대비 3.3배 수준으로 22개월 만에 최고치다.

여기에 북유럽 주요 펄프 생산국인 핀란드 제지노조와 항만노조 파업에 현지(멧사 피브레) 공장 화재로 인한 생산량 감소와 유럽과 중국의 수요 증가까지 맞물려 펄프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 외환시장 원달러 환율(종가 및 고가), (자료=ECOS)
문제는 환율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두 달여 만에 1390원대까지 올라 펄프 수입가격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종가)은 전일 기준으로 1387.50원으로 17일(1381.20원)부터 7거래일째 1380원대 환율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연초(1월 2일) 대비로는 87.1원(6.7%) 올랐다. 특히 지난 21일에는 장중 1393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미국 정책금리의 인하 횟수와 시기가 여전히 불확실한 데다 선거를 앞둔 미국과 유럽(프랑스 등)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안전자산 선호심리를 부각하며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펄프가 강세는 한동안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3분기 중 브라질 펄프 제지업체 수자노가 연산 255만t 시설을 신규 가동하는 등 500만t이 넘는 물량이 늘어날 예정이지만 정상 가동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펄프가격은 한동안 강보합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펄프가 상승세가 이어지면 종이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펄프는 많게는 종이 원가의 60% 정도를 차지한다”며 “제지 설비 돌리는 데 쓰는 전기료 인상 가능성도 신경써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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