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떨고있니”…美기업들, 신용등급 강등될까 ‘벌벌’

방성훈 기자I 2023.03.07 16:35:42

연준 긴축에 저신용등급 이자율 年9%…"2년전의 2배"
고신용등급도 年2%→5.7%…회사채 대신 CB 발행↑
등급하락 막으려 부채거래서 아예 손떼는 기업들도
애플·버크셔 등 '현금부자' 기업들은 이자수입 쏠쏠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기업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신용등급이 높거나 현금이 넉넉한 기업들은 돈을 빌리기도 쉽고 이자 수입이 급증한 반면, 현금이 부족한 저신용등급 기업들은 악화한 차입 환경 속에 신용등급이 강등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사진=AFP)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현지시간) 신용등급이 낮은 미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거나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연 9% 수준의 이자를 내야 한다고 보도했다. 2021년 3월 이자율이 연 5%를 밑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차입 비용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투자적격 등급 회사채의 이자율도 평균 2%에서 5.7%로 2배 이상 상승했다.

미 기업들의 차입 금리는 지난해 연준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 및 이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로 급등했다. 올해 초 인플레이션 완화 기대로 하락세로 전환했으나, 지난달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부각되면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BNP파리바의 안드레아스 베른슈토프는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건 신용등급”이라며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은 18개월 전보다 더 많은 자본을 필요로 하고 있는데, 시장 접근성은 나빠졌고 조달비용도 크게 늘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회사채 대신 전환사채(CB)를 통한 자금조달로 눈을 돌리거나, 부채 거래에서 아예 손을 떼는 기업이 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지난들 미국 내 CB 발행은 2021년 11월 이후 월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년 CB 발행이 전년대비 3분의 2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과 대비된다. 모건스탠리의 테디 호지슨 채권부문 글로벌 공동책임자는 “기업들은 이제 신용등급 보호에 더 관심이 높다. 신용등급이 투자적격 이하로 떨어질 위험이 있는 레버리지에 대한 욕구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들도 이자부담이 확대하고 등급 강등을 우려하는 건 마찬가지지만, 상황이 꼭 나쁘지만은 않다. 특히 현금이 넉넉한 기업들은 단기금리 급등으로 이자 수입이 예상보다 크게 늘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날 보도했다.

작년 말 기준 1650억달러의 현금을 보유한 애플은 금리 상승 덕에 같은해 4분기 이자 수입으로 8억 6800만달러를 벌었다. 더 많은 현금(2030억달러)을 보유하고 있던 전년 동기(6억 5000만달러)대비 33% 늘어난 금액이다. 같은 기간 버크셔해서웨이의 이자 수입은 1억 3100만달러에서 8억 9600만달러로 증가했다.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작년 4분기 이자 수입도 전년 동기대비 각각 74%, 39% 급증했다.

연준이 추가 긴축을 예고, 올 연말엔 기준금리가 5~5.25%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고신용등급과 저신용등급 기업들 간 격차는 더욱 확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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