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들이 공식석상에 처음으로 함께 나선 22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엔 흐느끼는 소리만 울렸다. 유족들은 ‘이태원 참사’ 발생 한 달 가까이 되도록 정부로부터 제대로 된 설명과 안내조차 듣지 못했다며 정부에 투명한 진상조사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아울러 책임자 처벌과 윤석열 대통령의 공식적인 사과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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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은 자녀가 환하게 웃고 있는 영정 사진을 품에 꼭 안고 눈물을 훔쳤다. 이들은 아들과 딸에 미처 전하지 못한 이야기를 쏟아내며 끝내 오열했다. 희생자 이남훈씨의 어머니는 “며칠 전 새벽 5시 반에 어김없이 (아들) 출근 알람이 울리더라. 저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고 눈물을 흘렸다. 희생자 이지한씨의 어머니도 아들의 마지막 육성이 담긴 통화 녹음을 공개하고 “‘책임의 처음과 끝이 무엇이냐’고 빈정대던 국무총리, 말을 바꾼 행정안전부 장관 등 망언을 일삼는 그들을 보면 숨을 쉴 수가 없다”고 성토했다.
유족들은 정부가 책임도 지지 않고, 진정성 있는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희생자 이민아씨의 아버지는 “참사 발생 이후 유족들에게 진행 상황, 안내 등 기본적인 조치도 없었다”며 “서로 공감하고, 위안받을 수 있는 사람들은 유족들인데 이를 차단한 정부의 대처는 비인도적”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참사 17일이 지나서야 수소문 끝에 다른 유가족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했다.
희생자 송은지씨의 아버지도 이번 참사를 ‘총체적 안전 불감증에 의한 간접 살인’이라고 규정하고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지만, 도로 한복판 차디찬 죽음의 현장에 국가는 없었다”며 “유족들의 마음을 헤아려서 소중한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희생자 이남훈씨의 어머니도 “유족들의 아픔을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제대로 된 조사와 함께 우리 아들에게 사과하라”며 “제가 원하는 것은 진실과 투명한 조사, 책임 있는 자들의 사퇴와 윤석열 대통령의 공식적인 사과”라고 했다.
유족들은 공식적으로 정부에 △진정성있는 사과 △엄격하고 철저한 책임 규명 △피해자들이 참여하는 진상 조사와 책임 규명 △피해자들과 소통보장과 인도적 조치 등 지원 △희생자 추모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 △2차 가해 방지를 위한 정부의 입장 표명과 구체적 대책 마련 등 6가지를 요구했다.
민변은 앞으로 유족들의 동의를 바탕으로 법적 조치와 추모의 방식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윤 변호사는 “얼마를 준다 한들 아들이 살아오고 딸이 살아올 수 있겠나, 철저한 진상 규명이 선행돼야 한다”며 “금전적 배상만으로 끝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가 미진한 부분 등 대응팀을 구성해 법적 조치 등 문제제기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채완 변호사도 “어제와 오늘 추가로 유족분들께 연락이 왔다. 지금은 유족들이 서로 모이는 단계고, 추후 목소리를 내는 단계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