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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H 이미지 ‘추락’…취준생 “LH 준비한다 말 못해”
LH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자 LH 등 주택 분야 공기업을 준비하는 취준생들 사이에선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선호 공기업인 LH의 이미지가 심각하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취업 포털사이트 잡코리아가 대학생 및 취업준비생 1405명을 대상으로 ‘공기업 취업선호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1·2위 인천국제공항공사(21.1%), 한국전력공사(15.3%)에 이어 LH는 6.9%로 7위에 올랐다.
LH 사무직을 채용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이모(29)씨는 “공기업 중 LH는 나름 괜찮은 이미지였는데 하루 아침에 비리의 온상이 됐다”며 “가고 싶어 했던 직장에 사건이 터지니까 마음이 싱숭생숭하다”고 하소연했다. 건축을 전공했다는 20대 A씨도 “건축과를 나온 취준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곳이 LH인데 이런 일이 발생하니 안타깝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블라인드 등 익명 커뮤니티에서 LH 직원의 ‘막말’로 공분을 사고 있는 상황도 취준생에겐 부담이다. 앞서 LH 소속의 한 블라인드 이용자는 지난 9일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 씀’이란 제목으로 “난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 빨면서 다니련다”라는 내용의 글을 남겨 논란의 중심이 됐다. 이에 이씨는 “LH의 전 직원을 투기집단으로 취급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요즘엔 어디 가서 LH 준비한다고 말하기 창피하다”고 귀띔했다.
LH 등 주택·토지 관련 공기업을 준비하는 김모(27)씨는 “공기업에 있으면 공익을 위해 일하고 떳떳해야 하는데 어이가 없다”고 분노를 터뜨렸다. A씨도 “지금 직원들의 태도를 보면 딱히 반성이나 성찰의 모습은 없어 보인다”며 “이전의 이미지로 회복하는데 꽤 오래 걸리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관련 인턴 경험이 있는 그는 이어 “공기업은 민원 응대가 많고 또 중요한 일인데, 이미지가 안 좋아지면 일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반기 채용도 미지수…속 타는 취준생들
이번 사태로 올 3월 예정이었던 LH 상반기 채용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라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LH는 지난 1월 ‘2021년 채용 사전안내’를 통해 올 상반기 체험형 인턴을 제외하고 총 300여명을 채용한다고 밝혔다. 예정대로라면 3월 채용공고를 시작으로 필기·면접 전형을 거쳐 오는 6월 임용할 계획이었으나 이번 사태로 상반기 채용일정이 불투명한 상태다.
LH 취업을 준비하는 김씨는 “코로나19로 취업률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까지 겹쳐 미래가 굉장히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건축 전공 A씨 역시 “주거복지를 통한 국민행복이라더니 행복은 본인들만 누리고 있었다”며 “소수의 몇명 때문에 피해는 우리가 보는 것 같아 화가 난다”라고 토로했다.
한편 정부합동조사단은 11일 관련 투기 의혹 등을 조사한 결과 국토교통부와 LH 임직원 등 1만4000여명 중 20명의 투기 의심자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1차 합동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정부는 국민의 꿈과 희망을 악용하여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운 공기업과 공무원들의 범죄를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LH에 대한 혁신안도 이와 함께 논의할 전망이다.
경찰 수사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지금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투기 전모를 다 드러내야 한다”면서 “국민이 공감할 수 있을 만큼 끝까지 수사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