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용의자로 몰려 20년간 옥살이를 하다가 최근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윤성여(54)씨는 25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잘못된 진실은 바로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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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진실화해위에 1986년부터 1991년까지 6년간 화성과 청주 일대에서 발생한 이춘재 사건에 대한 수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졌는지, 당시 용의자로 몰린 피해자들이 허위 자백을 하게 된 경위, 살인 피해자인 초등학생 김양의 사체은닉·증거인멸 과정 등 수사 전반에 걸쳐 구체적 진실을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피해자 유족들은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이 작년 12월 시행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에 따라 ‘현저히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해 발생한 중대한 인권침해사건’ 및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으로서 진실규명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사건’으로 규정했으며, 진실규명만이 피해자의 억울하고 고통스러움을 없애고 이러한 불상사가 재현되지 않으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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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의 부친도 “수십 년 동안 실종이라 생각하고 살아서 문도 안 잠그고 열어놓고 살았는데 경찰들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며 진실 규명을 호소했다.
8차 사건 재심을 맡았던 박준영 변호사는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총 14건 중 13건은 아직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14건의 수사에서 2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용의 선상에 올랐고, 이 중 적지 않은 수가 반인권적 수사를 받은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변호사는 “윤성여씨 재조사 과정에서 검찰 관계자로부터 ‘14건 사건 기록에 윤성여가 가득하다’는 말을 들었다”며 “경찰청장의 사과가 아니라 정권 차원의 사과가 필요한 사건”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