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가이드라인' 등 금융 그림자규제, 효과·필요성 따져본다

박종오 기자I 2019.01.24 12:00:00
사진=금융위원회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가상화폐(가상통화) 규제 가이드라인 등 금융당국이 법령이 아닌 자체적인 지침 등을 통해 규제하는 주요 행정지도의 효과와 필요성 재검증이 이뤄질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정례회의에서 의결한 금융 규제 운영 규정 개정안을 이달부터 시행한다고 24일 밝혔다. 금융당국의 행정지도가 금융회사 등에 보이지 않는 그림자 규제로 작용하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 행정지도는 금융 당국이 법이나 시행령, 감독 규정 등이 아니라 모범 규준, 가이드라인 등의 형태로 금융회사와 시장을 규제하는 주요 수단이다. 금융위가 13개, 금융감독원이 27개를 관리하고 있다. 행정지도는 별도의 절차 없이 금융위 과장 결재만 받으면 바로 시행할 수 있어 금융사 자율성을 억누르는 관치(官治)의 수단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개정안은 앞으로 금융위 안에 ‘행정지도 사전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행정지도의 사전 통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과장급 결제만으로 손쉽게 새로운 규제를 만들지 못하도록 별도 심사 절차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심의위는 총 9명으로 구성하며 금융위 사무처장이 위원장을 맡고 사무처장이 지명하는 금융위 국장 4명, 금감원 부원장보급 1명, 민간 전문가 3명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그러나 심의위 의결은 다수결을 원칙으로 하는데, 금융당국 소속 위원이 6명에 달해 외부 견해가 제대로 반영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심의위는 자문위원회 성격으로 새 행정지도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면 담당자도 결정하기가 부담스러워질 것”이라며 “위원 구성 등은 향후 운영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면 개선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개정안은 주요 행정지도를 선정해 그 필요성과 효과성을 검토한 후 결과를 금융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지금은 모든 행정지도를 대상으로 매년 말까지 규제가 제대로 운용 중인지 정도만 평가한다. 하지만 앞으로 파급 효과가 큰 행정지도의 경우 별도로 외부 연구 용역 등을 통해 규제의 필요성과 실제 효과를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금융위가 관리하는 행정지도 중 ‘가상통화 관련 자금 세탁 방지 가이드라인’이나 금감원이 담당하는 ‘P2P 대출 가이드라인’ 등이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행정지도의 효과와 필요성이 낮다면 금융위가 이를 유효 기간이 끝나기 전에 폐지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아직 연말까지 시간이 많기 때문에 어떤 행정지도가 강화한 실태평가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하긴 어렵다”고 했다.

아울러 개정안은 앞으로 신설하는 금융 행정지도의 경우 유효기간이 만료돼도 한 번만 연장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 등 행정지도는 통상 유효 기간이 1년인데, 연장 횟수에 제한이 없는 탓에 장기간 시행되는 문제가 있었다. 다만 감독 규정이나 법령 등 명시적인 규제로 전환될 예정이거나 관련 법령이 없는 규제 공백 상태를 보완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필요한 경우에는 2회 이상 연장을 허용한다.

이밖에 개정안은 매년 행정지도 실태평가 때 이를 명시적인 규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는지도 함께 검토하도록 했다. 금융위는 오는 3월 금융 행정지도 등 그림자 규제 운영 실태를 조사하고 현장 점검 등을 거쳐 불합리한 그림자 규제를 폐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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