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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충북 제천에 있는 한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와 관련, 주된 원인으로 건물 외장재 공법인 드라이비트가 지목된다. 소방당국은 이번 스포츠센터 화재로 총 29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건물 아래에서 발생한 불이 순식간에 지상 10층까지 타고 올라간 것과 관련, 건자재 업계에서는 난연성(불에 잘 타지 않는 성질)이 약한 드라이비트 공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드라이비트 공법은 건물 외벽 콘크리트 위에 단열재를 붙이고 매시(섬유)를 더한 후 시멘트를 바르는 공법이다. 벽돌 등 일반적인 외장재와 비교해 시공 가격이 20∼30%에 불과하다. 시공 역시 간편하고 빠르기 때문에 상가 등 10층 이하 건물에 주로 쓰인다.
문제는 단열재 소재로 값비싼 미네랄울, 글라스울 등을 대신해 저렴한 스티로폼이 주로 활용된다는 것. 글라스울 등은 KCC(002380) 등 중견 건자재 업체들이 생산 중이다. 드라이비트 공법의 경우, 가연성이 있는 매시에 스티로폼까지 더해질 경우, 화재가 발생하면 외장재가 사실상 ‘불쏘시개’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게 건자재 업계 중론이다.
건물 외장재와 관련, 드라이비트 공법뿐 아니라 샌드위치패널 공법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말 대구 서문시장에서는 화재로 인해 700여개 점포가 불에 타고 1000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하는 일이 벌어졌다. 불이 건물에서 건물로 삽시간에 옮겨 붙은 탓이었다. 화재를 모두 진압하는 데만 총 59시간이 소요됐다. 작은 화재로 끝났을 일이 대형 참사로 번진 데는 난연 기능을 확보하지 못한 샌드위치패널 공법이 원인이었다.
샌드위치패널은 철판, 알루미늄 등으로 철재로 된 외부 양쪽 면과 함께 그 사이에 들어가는 단열재로 구성된다. 통상적으로 샌드위치패널은 제품과 자재 등을 저장하는 창고에 주로 쓰인다. 샌드위치패널 역시 글라스울 등을 단열재로 채용할 경우 화재 위험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 다만 샌드위치패널 역시 드라이비트 공법과 마찬가지로 스티로폼이 주로 단열재로 사용되고 있어, 화재가 발생할 경우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가 지난 2014년 샌드위치패널 업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첫 현장조사에서 제품 80%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다행히 이듬해 실시한 2차 현장조사에서는 이 비율이 50%까지 떨어졌다. 이렇듯 부적합 판정 비율은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하지만 시중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제품들이 유통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에 제천 참사를 불러온 드라이비트 공법은 샌드위치패널보다도 시공 가격이 저렴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건자재 업계 관계자는 “드라이비트와 샌드위치패널 공법을 시공하는 업체들은 대부분 영세한 중소기업”이라며 “원가 부담 때문에 글라스울 등 난연성이 보장된 단열재를 활용하지 않고 값싼 스티로폼을 쓰고 있어, 잠재적인 화재 위험으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외장재로 인한 참사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는 가연성 외장재에 대한 강도 높은 법적 제제가 필요하다는 게 건자재 업계 중론이다. 건자재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지어지는 건물에 대해서는 개정된 건축법으로 안전장치가 마련되겠지만, 이전에 지어진 건물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며 “이러한 건물에도 소중한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도록 법의 개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