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이 막말과 분열을 해당행위로 규정, 불이익을 주겠다고 공개 경고했으나, 혁신위에 곱지 않은 시각을 가진 호남·비노진영은 분당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맞서고 있다. 혁신위가 진보쪽으로 당 정체성을 강화하고 이를 문재인 대표가 뒷받침하겠다고 나서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중도정치 강화를 주문하는 비노진영과의 일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애드벌룬은 박지원 의원이 띄웠다. 박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현재 새정치연합내 최소한 4개 그룹에서 분당이나 신당창당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당내 신당파가 ‘창조적 파괴’를 할 수 있다”며 “대신 앞으로 혁신이 잘 된다면, 이런 세력들도 다시 (당을 중심으로) 뭉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 혁신위원장은 15일 혁신위-최고위 상견례 자리에서 박 의원 발언을 포함해 김경협 수석사무부총장의 새누리당 세작 발언, “혁신위원들은 문재인 대표의 전위부대 같다”는 조경태 의원 발언을 ‘불신과 분열의 막말’로 거론하며 공직선거와 당직인사에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선언했다.
◇천정배 의원 무소속연대에 신당 촉발될 수도 = 경고에 박 의원이 한발 물러섰다. 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4개 그룹에서 분당 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다’라는 내용을 막말과 분열의 예 중의 하나로 든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실제 당 내외에서 일어나는 상황의 심각성을 지적했다”며 “이런 것을 ‘막말 분열’이라면 분열의 조짐에 대한 심각성이나 분열을 막으려는 노력도 말아야 하는지 의구심조차 든다. 오해 없길 바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박 의원 지적처럼 실제 새정치연합 안팎에서는 분당과 관련한 물밑 움직임이 있다. 우선 예전부터 중도개혁 노선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혀온 정대철 상임고문이 눈에 띈다. 여기에 일부 동교동계 인사들과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도 가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권 한 의원은 “박 의원이 얘기한 4개 그룹은 과해 보이지만, 원외에서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호남 현역의원들을 찾아가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전했다.
천정배 의원 당선으로 촉발된 호남 신당론도 한 흐름이다. A 모 의원을 중심으로 세를 규합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총선 승리에 대한 전망이 보이지 않고 천 의원이 무소속연대를 가시화하면 생존을 위해 호남 의원 일부가 탈당을 결행할수 있다는 관측이다.
◇중도강화 놓고 노선투쟁 벌어질 듯 = 총선을 앞둔 노선투쟁도 변수다. 비노진영은 김 혁신위원장이 혁신위 선결과제로 당 정체성 확립을 제시하자, 총선을 앞둔 당 노선이 중도가 아닌 진보쪽으로 치우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문 대표가 혁신안을 실천하기 위해 재신임이라도 묻겠다고 하자 한층 경계심이 더 높아졌다. 다른 의원은 “지난 의원 워크숍 때 발표한 여론조사기관의 4·29 재보궐선거 평가와 민주정책연구원 영국 총선 분석 자료를 보면 이기는 총선을 위해서는 중도를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혁신위를 보면 완전히 역으로 나가고 있다. 문 대표도 중도정치를 포기할려고 한다. 노선 싸움을 하다가 당이 깨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물론 분당 움직임을 평가절하하는 시각도 있다. 실체가 모호하고 분당과 관련해 거론되는 인사들의 정치적 무게감이 별로 없어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당직을 맡고 있는 의원은 “4개 그룹의 실체를 모르겠다. 거론되는 몇 몇 인사들을 그룹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당을 깨면 역적”이라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총선을 앞두고) 노선투쟁은 있을 수 있지만, (분당하면) 공멸이기 때문에 피할려고 할 것이다. 현실화될 가능성은 없다. 얘기되는 의원들이 정치적으로 의미가 있는 분들이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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